재소자 인권 보단 사랑에 초점 아쉬워
지난해 1월 개봉한 영화 <은하>는 최근 인기리에 방송중인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임수향과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진 이정진, 명계남 등이 주연을 맡은 영화다.
교도관인 한서준(이정진 분)은 후배가 여자 재소자와 교도소에서 성관계를 가진 것을 알고 그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상처(喪妻)한 그에게 재소자인 정만호(명계남 분)가 아내의 기일이니 치킨에 소주 한 잔 사겠다고 하지만 불법이라며 거절할 정도로 정의로운 성격이다.
그러던 어느 날, 혼거실에서 재소자끼리 싸움이 일어나고 교도관들이 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임신 3개월인 이은하(임수향 분)가 유산을 하게 된다. 이에 죽은 아내가 떠올라 서준은 그녀에게 마음이 쓰인다.
이 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 은하는 더 이상 살 일이 없다며 자해를 하려 하고, 서준은 죽고 싶으면 자기가 안 보이는데서 죽으라며 제지한다.
드디어 그녀의 재판이 열리고 은하가 피해자와 성관계 동영상을 찍고, 이를 빌미로 집을 얻어내고, 결국 그를 죽이기까지 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하지만 은하가 피해자인 최 사장을 죽인 이유는 최 사장이 은하가 임신한 아이를 죽이려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다.
점점 은하에게 신경을 쓰게 되면서, 서준은 결국 은하의 독방에서 성관계까지 맺게 된다. 그렇게 정의롭던 그가 여자에게 빠져 타락하게 된다.
심지어 주위에서 그녀는 꽃뱀이니 조심하라고 경고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은하에게 점점 빠져든다.
서준과 열애에 빠진 은하는 다시 살고자 하는 열의를 갖게 되고, 서준은 그런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6~7년형이 나올 거라는 은하의 국선 변호사의 말과 달리 재판부는 그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그녀는 다시 실의(失意)에 빠진다.
여기에 국선변호사(김서원 분)는 더 이상 항소(抗訴) 해봤자 승산도 없고, 자신의 평판 관리도 해야 하니 더 이상 은하의 변호를 안 맡겠다며 손을 뗀다.
설상가상으로 느닺 없이 정만호에 대해 사형 집행 명령이 떨어진다.
착잡해진 서준은 결국 은하를 외국으로 망명시키기로 마음먹고, 계획을 세워 그녀를 탈옥시키려고 하다가 동료 교도관에게 걸리고 만다.
그러나 여기에 반전이 숨어 있고, 무국적자인 은하는 어쨌든 탈옥에 성공한다. 반면, 서준은 이 일로 인해 교도관에서 재소자로 신분이 바뀌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출소하게 된 서준은 다시 은하와 재회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는 올해 초 끝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비교해 교도소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도 못했고, 우리나라 의학드라마는 병원에서 사랑하는 이야기고 법정드라마는 법조인끼리 사랑하는 이야기라는 우스개 소리처럼 이 영화 역시 교도소가 배경일 뿐 교도관과 재소자간의 사랑이야기에 불과하다.
때문에 재소자의 인권이나 무국적자에 대한 사회문제 등을 재조명하기에 약한 감이 있는 영화다.
참고로 올해 초 여배우 성폭행 혐의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조덕배가 은하를 도와주는 난민센터 국장으로 출연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