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진 말되, 이젠 회복할 때
최근 진도 팽목항에 설치됐던 분향소가 철수된데 이어, 안산에 4.16 재단이 오픈하는 등 세월호 사고에 대한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제는 그날의 상처에 대해 치유와 회복이 이뤄져야 할 시점임과 동시에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닌 기억하고, 다시는 똑같은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오는 13일 개봉을 앞둔 영화 <봄이 가도>는 세월호에 대한 각기 다른 아픔을 간직한 이들의 회복에 초점을 둔 옴니버스 작품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중견배우 전미선이 사고로 죽은 딸 향(김혜준 분)이 살아 돌아오길 기원하는 내용으로 실종된 지 딱 3년째 되던 날, 기적적으로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날 입었던 교복을 입고 딸이 집으로 돌아온다.
그동안 남편에게 조차 구박 받으며 간절히 기도하던 가운데 일어난 기적에 그녀는 딸과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어 하지만, 정작 딸은 피곤하다며 잠이나 자려고 하다.
문제는 잠을 자는 순간 그것으로 딸과의 기적적인 재회는 그걸로 끝.
이에 잠자지 말고 엄마와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갖자, 피곤한데 왜 엄마 생각만 하느냐며 다툰다.
그토록 바라던 딸과의 만남이었지만, 정작 이렇게 다툼이나 하다니 허무하다.
어쩌면 아픔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자체가 기적은 아닐까?
이어서 두 번째 이야기는 딸(김민하 분)을 잃은 구조대원인 아버지(유재명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동안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살렸지만, 눈앞에서 딸을 구하지 못해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런 그에게 죽은 딸은 아빠의 잘못이 아니라며 위로를 건넨다.
끝으로 전석호와 박지연이 출연한 부부의 이야기는 평생 헤어지지 말자던 부부의 약속이 ‘그날의 사고’로 깨지면서 괴로워하는 남편의 모습을 그렸다.
아내 생각에 슬픔에 잠겨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폐인처럼 지내던 남편 석호(전석호 분)는 우연히 아내가 적어놓은 김치찌개 조리법을 발겨하고는 그대로 직접 만들어 먹어본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내가 해준 음식 맛과 똑같아 그는 다시 기운을 차리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간다.
이 작품의 마지막은 전미선, 유재명, 전석호 세 사람이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삶의 활력을 되찾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끝맺는다.
어쩌면 ‘그날의 사고’로 유명(幽明)을 달리한 이들이 이승에 남은 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바로 그러한 삶일지도 모른다.
서두에 이야기 했듯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도 해야겠지만, 동시에 아픔을 치유하고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참고로 이 영화는 2년 전 대학 동문인 장준엽, 진청하, 전신환 감독이 세월호에 대해 영화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역시 동문인 전석호의 도움으로다른 배우들을 캐스팅해 제작한 작품이다.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다이빙벨>를 배급한 회사는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부산국제영화제가 파행을 겪던 시기인 만큼 배우들의 출연이 큰 결심이 필요했을 터.
그러나 전석호는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워낙에 인지도가 낮은 배우인 탓에 그런 고민 없이 출연을 결심할 수 있었다며, 이 작품으로 입봉(debut)하게 된 3명의 감독과 스태프들의 감회가 남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