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차라리 청각장애인이 되고 싶다는 소녀, 왜?
이번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세계 최초로 첫 선을 보이는 영화 <나는 보리>.
보리네 부모님과 남동생은 청각장애인으로, 집에서 유일한 건청인(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보리뿐이다. 때문에 보리네 집은 늘 적막이 흐른다.
보리네 가족은 연휴를 맞아 지역축제에 가고, 어쩌다 보니 보리는 아빠를 잃고 헤매게 된다.
그때 불꽃놀이가 시작되고, 가장 큰 불꽃이 터질 때 소원을 빈다.
경찰의 도움으로 다시 가족과 만나게 된 보리.
그녀는 다시 가족과 주말에 자장면도 먹으며 소확행(소소하지만 행복한 행복)의 삶을 산다.
그리고 어느 날 엄마와 동생과 함께 양양에 있는 외할아버지 댁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일상 가운데서도 보리는 오히려 청각장애인이 아니어서 소외감을 느낀다.
차라리 나도 소리를 못 들으면 어떨까 귀를 당겨 보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쑤셔 보기도 한다.
아침마다 등굣길에 그녀는 소리를 잃고 싶다고 기도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어느 해녀가 바다 속에서 자주 들어가다 보니 귀가 잘 안 들린다는 말을 듣고 무슨 큰 발견이나 한 듯 눈을 번쩍 뜬 보리는, 세면대에 물을 받아 놓고 잠수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매일 등굣길마다 소원 비는 것도 하지 않는다.
여름방학을 맞아 아빠와 바다에서 낚시를 하던 보리는 바다에 뛰어들고, 그녀의 소원(?)이 이뤄지게 된다.
정신을 차리고 병원에서 깨어난 후, 귀가 들리지 않는 것.
때문에 동생 대신 자장면 주문조차 해 줄 수 없게 된다.
비로소 보리는 청각장애인 동생이 학습보조가 이뤄지지 않아 수업을 지루해 하고, 딴청하거나 자도 선생님이 방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보리의 아버지는 보리가 들리던 안 들리던 여전히 예쁜 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10살 때까지 건청인이었던 엄마는 보리도 자신과 같은 전철을 밟나 싶어서 슬프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으니 사실응 귀가 멀쩡하다고 말하기도 뭣하다.
유일하게 보리의 비밀을 아는 이장 딸 은정은 자기도 집에서 부모님과 말 한마디 안 한다며 오히려 단란한 보리네 집이 더 부럽다고 말한다.
인공와우수술을 받고 싶어하는 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보리는 생각이 많다.
인공와우수술을 하면 축구나 수영 등 운동을 못한다느 의사의 말이 걸리기 때문이다.
결국 정우는 수술 대신 축구대회 출정을 택한다.
소리를 들을 수 있음을 고백한 보리는 다시 예전처럼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 영화는 장애인 가족으로서의 스트레스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무시 등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으로, 자연스레 장애인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오는 5일과 9일, 10일, 11일 총 4차례 상영하며, 9일과 11일에는 관객과의 대화(GV)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