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 없었으면 더 감동적이었을 영화
홍콩의 쉐프한테 요리를 배운 덕에 대만에서 잘 나가는 도시락 집의 아들인 티엔커(펑위엔 분)는 청각장애인 수영선수들에게 도시락 배달을 갔다가 수영선수인 샤오펑(천옌시 분)의 여동생 양양(진의함 분)을 보고 첫 눈에 반한다.
샤오펑과 양양의 아버지는 아프리카 선교사이고, 어머니는 돌아가셔서 둘이 함께 살면서 언니의 훈련비 마련을 위해 양양은 늘 바쁘게 아르바이트에 매진한다.
이런 양양에게 마음을 얻기 위해 매일 도시락을 갖다 바쳐도 얼마냐고 돈 준다고 하지를 않나, 도시락 값 대신 영화를 같이 봐 주면 안 되냐고 하니 알바 시간 때문에 힘들다며 급히 자리를 뜨는 양양이 티엔커는 야속하기만 하다.
어렵게 같이 식사를 하게 된 두 사람은 양양이 밥을 사겠다며 동전을 꺼내 꾸물대자 얼른 티엔커가 지폐를 꺼내 계산하고, 양양은 동전은 돈이 아니냐며 왜 그걸 못 기다리고 네가 계산하느냐며 화를 낸다.
모처럼 얻은 기회인데 첫 데이트에서 괜히 여자의 마음만 상하게 해 남자는 마음이 안 좋다.
남자는 거리를 걷다가 예전에 둘이 갔던 식당에 혼자 가서 식사를 하고, 주인 모자가 “저번에 같이 온 벙어리 아가씨는 안 왔네. 귀여우면 뭐해 벙어리인데”라며 뒷담화를 하자 티엔커는 “벙어리가 아니라 청각장애인이다. 우리는 듣고, 그 여자는 못 듣는 것 뿐”이라며 화를 낸 후, 양양처럼 동전 수십 개를 꺼내 계산하고 나온다.
그날 밤, 요즘 연애사가 어떤지 묻는 아버지에게 티엔커는 사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청각장애인이라고 털어놓고, 남편으로부터 전해들은 티엔커의 엄마는 자신들과 의사소통도 안 될 것이라며 반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엔커는 양양에 대한 마음을 접지 않고, 그런 그에게 양양은 “우리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좋은 사람 같던데 왜 밀어내냐고 묻는 언니에게 양양은 티엔커가 청각장애인이라 언니를 챙기는데 소홀해 질까봐 라고 말한다.
그동안 티엔커가 양양이 청각장애인인 줄 알고 늘 수화로만 대화하다 보니, 양양 역시 티엔커가 청각장애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양양이 청각장애인인 언니와 늘 수화를 하다 보니 티엔커가 당연히 양양도 청각장애인인 줄로 착각한 것일 뿐 양양 역시 건청인(健聽人)인 사실이 나중에 밝혀진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맺는다.
사실 마지막에 양양과 티엔커 모두 비장애인으로 밝혀지는 것보다는 둘 중 한 명이 청각장애인이었으면,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장애를 극복한 사랑 이야기가 되어 조금 더 감동적으로 끝날 수 있었을지 모르나 사실은 알고 보니 둘 다 비장애인이고, 둘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으면 “역시 그렇지”라며 관객들이 덜 감동을 받을 수 있어 아쉬운 대목이다.
참고로 여주인공 양양 역을 맡은 진의함은 2014년 영화 <연애의 발동: 상해 여자, 부산 남자>에서 지진희와 연기 호흡을 맞춘 바 있으며, 이번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영화 <모어 댄 블루>로 한국을 찾았다.
2010년 국내에서 개봉한 바 있는 <청설>은 이달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