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은 영화
솔직히 아예 코미디 영화로 가든지, 아니면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영화로 가는 편이 더 나았지 이건 이도 저도 아니어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할 게 불보듯 뻔하다.
바로 18일 개봉한 손담비, 정상훈 주연의 영화 <배반의 장미>에 대한 이야기다.
예고편만 보면, 자살을 앞두고 벌어지는 코미디 영화 같으나 실상은 예고편에 낚인 것 뿐이었다.
자살 동호회에서 만난 세 남자(김인권, 정상훈, 김성철)가 이른바 버킷리스트 실현을 위해, 자장면을 먹으러 들어간 중국집 옆 테이블에서 “칭따오에는 양꼬치지”라고 말하는 대사는 “양꼬치엔 칭따오”를 수 백번 외쳤던 정상훈을 의식해 던진 대사이지만 그다지 웃음을 유발하진 못한다.
또 닉네임 ‘배반의 장미’인 손담비가 뒤늦게 오자 조금 전까지 죽으려던 이들이 어떻게든 관심을 얻어보려고 상대를 깎아 내리거나, “죽기 전에 그거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대단한 기대(?)를 했다가 곧이어 말뚝박기를 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 역시 ‘낚시’를 위한 ‘섹시코드’인데 영화가 전반적으로 재미가 없다보니 이마저도 그리 내세울만한 재미는 못된다.
차라리 <색즉시공>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섹시 코드를 활용한 코미디로 갔으면 모를까, 이 영화는 어설프게 ‘자살하고픈 마음은 알겠지만 그래도 죽지 말자’는 내용을 반복해 강조하려다 보니 재미가 반감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끝내 자살을 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영화에서처럼 진짜 죽고 싶을만큼 힘든 상황인 사람도 있겠지만, 그 누구의 생명도 소중하지 않은 이가 없기에 섣불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두 번, 세 번 생각해 볼 일이다.
그냥 차라리 자살 때문에 3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가 한 방에 모였으나, <색즉시공>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섹시 코드로 밀고 나가서 세 남자가 죽기 전에 섹시한 여자를 어떻게 해 보려고 애쓰면서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준다면, 물론 여성의 성상품화나 성희롱의 희화화라고 욕을 먹을 수는 있겠지만 많은 관객들에게 웃음은 줄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장면이 많은 것도 아니고, 중간중간 ‘자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는 내용을 강조한 탓에 많은 관객들이 재미를 느끼기엔 힘들 듯 하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자살예방교육 교재로 활용하기에도 그다지 적합해 보이진 않는다.
코믹배우인 박철민, tvN <SNL 코리아> 출신 정상훈, 섹시 가수 손담비에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법자’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김성철에 찌질한 연기를 훌륭히 소화할 수 있는 김인권까지 출연시킨 것에 비하면 이 영화가 받을 성적표는 초라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나 떼울 생각으로 이 영화를 보려는 이들을 말리고 싶다. 참고로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죽기엔 너무 핫하다(Too Hot to Die)’이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