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모습 뒤에 숨겨진 아픈 사랑
2015년 출간돼 지금까지 누적 판매 부수 260만 부를 돌파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지난해 개봉한 실사 영화에 이은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사실 제목만 들어서는 좀 괴기(怪奇)한 작품 같지만 사실 2시간 동안 자리를 지킨다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말이 세상 최고의 사랑 고백임을 알 수 있다.
‘나’는 우연히 병원에서 ‘공병문고’라고 적힌 사쿠라의 투병 일기를 주우면서 그녀의 병에 대해 아는 유일한 사람이 된다.
어마무시하게 밝은 모습의 사쿠라가 췌장이 안 좋아 곧 죽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도 구분이 안 된다.
그런 ‘나’에게 사쿠라는 자신의 남은 일상을 함께 하고 싶다느니, 스스로 왕따를 자처하는 나에게 친구가 되자 애인이 되어 주겠다 별 소리를 다한다.
다른 친구들은 아무도 사쿠라의 병에 대해 모르고 유일하게 그녀의 병에 대해 안다는 이유로 ‘나’는 매일 그녀와 함께 붙어 다니게 되고, 이로 인해 아이들이 사쿠라가 아깝다느니 수근대기 시작한다.
여기에 사쿠라의 단짝 친구인 쿄코는 왕따인 ‘나’와 붙어다니는 사쿠라가 행여 나중에 상처받지 않을까 싶어 ‘나’를 엄청 경계한다.
어느 날 사쿠라는 어떤 나라에서는 사람의 장기를 먹으면 평생 그 사람이 내 안에 존재한다고 믿기도 한다며, 나중에 자신이 죽게 되면 자신의 췌장을 먹어도 좋다고 말한다.
너무나 엉뚱 발랄한 사쿠라가 부담스럽기도 한 ‘나’는 어느 날 갑자기 병 때문에 입원했다는 사쿠라의 소식을 듣고 병원에 달려가지만, 그녀는 너무도 해맑게 춤이나 추고 있다.
별 것 아닌가 보다 했더니 며칠 후, 2주 더 입원해야 한다고 해서 진짜로 아픈가 싶어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그녀가 퇴원하는 날, 둘은 추억이 깃든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다. ‘나’는 사쿠라를 기다리면서 “너의 췌장이 먹고 싶다”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고백 문자를 그녀에게 보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온 그는 우연히 TV에서 ‘묻지마 살인’으로 사쿠라가 살해 당했다는 뉴스를 접한다.
자신이 세상을 떠날 때면 꼭 미리 알려 주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한 채 지병이 아닌 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쿠라와 그녀에게 꼭 <어린 왕자> 책을 그녀가 죽기 전에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나’.
소심한 성격인 그는 차마 반 아이들 수 십명이 조문을 갈 때는 빈소를 찾지 못하다가 후에 조용히 사쿠라의 집에 혼자 조문을 가게 된다.
이 자리에서 그녀는 어머니는 사쿠라의 유언이라며, ‘공병문고’를 그에게 준다. 그리고 ‘나’는 ‘공병문고’를 통해 그동안 마냥 밝기만 한 줄 알았던 사쿠라의 모습이 사실은 죽음이 두려워 오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치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10대 청소년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