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앞세워 사회적 약자 이용해 악행 저질러
도피생활 중 추위에 떠는 자신의 딸을 위해 22억원이라는 거금을 태운 남자. 쥐가 갉아먹거나 물에 젖고, 없어진 돈만 2조원에 달하는 남자. 돈다발 묶으려고 매달 285만원 어치의 고무줄을 사던 남자.
세상에 이런 남자가 또 있을까 싶지만 있다. 영화 속 인물이냐고? 아니다.
실존인물인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관련한 진실이다. 역대 최고의 부자인 범죄자이자 포스브가 선정한 세계 부자 7인 중 한 명인 그와 내연녀이자 유명 뉴스 앵커인 비르히니아 바예호(페넬로페 크루즈 분)의 연애에 초점을 둔 영화 <에스코바르>는 그동안 그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와의 차별화 된 작품이다.
물론 영화의 시작 직전 극적인 효과를 위해 일부 사실과 다르게 각색하거나 인명 등을 일부 바꿨다고 고지한 만큼 다큐멘터리는 아니고 ‘팩션'(fact와 fiction의 합성어) 정도로 이해하고 보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영화 속에서 그는 미국에 마약을 수출해 큰 부자가 되자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 되고 싶다며 정치권에 눈을 돌린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르니 돈이 없는 것도 아니겠다 그냥 모든 대통령 후보에게 막대한 선거자금을 대주고, 결국 그가 돈을 대 준 후보가 당선된다.
이때부터 그는 정치인들의 ‘약점’을 발판삼아 본인이 직접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마약이나 파는 깡패 같은 의원에 대해 동료의원들이 좋게 볼 리가 없다. 이에 법무부 장관은 그의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그는 자신에게 돈 받은 정치인들 죄다 명단을 공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여기에 미국에서 유통되는 코카인의 80%를 그가 유통시킨다는 이유로 그를 미국으로 잡아가 처벌할 수 있도록 콜롬비아와 미국이 협약을 맺으려 하자 그는 자국에는 판사가 없냐며 협약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일을 벌인다.
같은 마약상들에게 돈을 거둬서 그는 빈민가 청년들에게 경찰과 군인을 비롯해 자신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모든 이들을 사살하라고 종용한다.
이에 돈에 한이 맺힌 그들은 이성적 판단 대신 ‘달콤한 유혹’을 못 이겨 자신들의 목숨을 내놓은 채 닥치는 대로 경찰과 군인을 죽인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돈 얼마 손에 쥐어주며 체불임금을 달라는 노동자를 마구 때린 재벌3세를 비롯해, 할아버지가 우리나라 대표적 항공사의 회장이라는 뒷배경만 믿고 친구에게 샴푸를 먹인 초등학생 등 돈을 가진 자들의 악행이 극에 달했는데 그의 모습과 너무 닮아있다.
여기에 그는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해 미국의 도로를 통째로 막고 마약을 판매하는가 하면 이 과정에서도 수많은 경찰 등 인명을 무참히 살해한다.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도 살인도 서슴치 않는 그의 모습이 비단 영화 속 허구의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이 벌인 실화라는 점이 참으로 씁쓸하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콜롬비아의 유명 앵커와 인터뷰를 하면서 가까워져 불륜 관계를 맺기도 했다는 점에서 그의 악행은 끝이 없어 보인다.
결국 그의 생은 비극으로 끝났으며, 그와 있었던 일을 내연녀가 회고록으로 기록하면서 이러한 사실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 영화는 바로 비르히니아 바예호의 회고록에 기반을 영화다.
돈을 위해서라도 온갖 악행을 저지른, 더욱이 사회적 약자인 빈민에게 돈으로 유혹해 그 악행에 가담하게 한 파블로 에스코바르에 대한 영화 <에스코바르>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