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로부터 도망친 여자, 나중에 동생과 만나서…
스웨덴의 베스트셀러 작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집필한 ‘밀레니엄’ 시리즈의 4번째 이야기를 영화화 한 <거미줄에 걸린 소녀>가 오는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베일에 가려진 해커 리스베트(클레어 포이 분)가 전 세계를 위협하는 국제 해커 범죄 조직에 맞서 거대한 디지털 전쟁을 벌이는 액션 스릴러 영화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절반은 액션이, 나머지 절반은 해킹이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영화의 내용을 쫓기보다는 화면에만 집중하는 편이 더 재미있게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일명 ‘악의 심판자’로 불리며 여성과 약자를 괴롭히는 남성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응징하는 리스베트의 모습과 위험을 무릅쓰고 예측불가한 범죄 사건을 추리해가는 그녀의 대범함과 영민함이 원작 소설의 장점으로 꼽힌다.
어린 시절 “같이 할 일이 있다”며 방으로 자매를 부르는 아버지로부터 도망친 리스베트는 오랜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자신의 여동생 카밀라(실비아 헉스 분)와 마주한다.
마피아였던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은 동생과 동생으로부터부터 의뢰인을 보호해야 하는 언니가 처한 각각의 상항이 극에 재미를 더한다.
이 영화에는 성폭력 피해아동(사실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명확치는 않다)과 더불어 서번트 증후군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가 등장한다.
특히 서번트 증후군인 ‘의뢰인’의 아들을 수학 천재로 그린 점은 흥미롭다. 보통 장애인을 미디어에서 다룰 때 무능력하게 그리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중요한 인물로 부각시켰다.
또 동생을 버려두면서까지 아버지로부터 도망쳐 살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아동에 대한 심지어 가족으로부터 가해지는 여러 유형의 폭력이 아동에게는 얼마나 공포스럽게 다가오는지를 간접적으로 잘 보여준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