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은 재미있지만, 결말은 씁쓸한
러시아 해저에서 미국 잠수함 탬파베이함이 러시아에 의해 격침을 당한다.
이로 인해 2시간이나 연락이 두절되자 그제서야 사안이 심각함을 깨달은 지휘부는 인근 6함대 소속의 버지니아급(8천톤) 핵잠수함 ‘헌터 킬러’를 현장으로 급파한다.
공석인 헌터 킬러의 함장에 새로 임명된 조 글래스(제라드 버틀러 분) 중령은 비(非)사관학교 출신으로, 여러 소문이 무성한 인물.
정박하는 항구마다 그를 쫓아다니는 여자가 수두룩하고, 함장 경험이라고는 1도 없는데다, 과거 자신의 상관을 폭행하기도 했다는 둥 어쩌면 의외의 인사가 아닌가 싶다.
이에 헌터 킬러 내 승조원들은 출동준비 명령이 내려졌음에도 게임이나 하고 새로 온 함장에 대해 시큰둥하다.
결국 그는 자신의 입으로 자신에 대한 모든 사실을 당당히 고백하고, 왜 출동하게 됐는지를 숨김없이 밝힌다.
러시아로 헌터 킬러가 출동하고 있는 그 시각. 미 국방부 펜타곤에서는 ‘이름도, 계급도 없는’ 특전용사 4명을 비공식 작전으로 지상에 긴급 투입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황 파악에 나선다.
탬파베이함을 구조하러 가던 헌터 킬러는 러시아 해군의 공격을 받게 되고, 결국 교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같은 시각, 지상에서 작전 중인 팀으로부터 현장 영상이 들어오고 미 펜타곤에 모인 합창의장을 비롯한 수뇌부는 러시아에서 국방장관이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을 무력화 시켰음을 알게 된다.
이에 펜타곤은 작전을 변경해 헌터 킬러에게 현장에 나가있는 자국 군인 4명과 러시아 대통령을 구출해 오라고 지시한다.
이 영화는 미 해군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잠수함 내부를 실제와 똑같이 재현해 냈을 뿐 아니라, 정박 중인 실제 잠수함 내부에서도 촬영을 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이 영화의 원작자이자 전직 핵잠수함 지휘관 출신인 조지 월리스는 “세트장에 들어갔을 때 정말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인 줄 알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여기에 더해 제라드 버틀러와 도노반 마시 감독이 실제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에 3일 동안 같이 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실제 상황을 직접 눈으로 목격해 이를 영화에 고스란히 표현해 내는데 중점을 뒀다.
특히 핵잠수함 함장의 사고방식을 익히면서 잠수함 세트 뿐 아니라, 연기에 있어서도 리얼리티를 살리려 했다는 후문.
평소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던 러시아의 대통령이 국방장관에 의해 하야(下野) 될 위기에 처하자, 강성인 국방장관 보다는 지금의 대통령이 더 낫다는 판단에 그를 구하기로 하는 장면은 상당히 정치적 계산이 깔린 장면이면서 한편으로, 미국 우월주의를 내포하고 있다.
그동안의 미국 영화가 그러했지 않은가. 미국 대통령은 에어 포스 원이 납치되더라도 혼자서 테러범과 격투를 벌이고, 외계인의 지구침공도 막아내고, 심지어 시추공을 우주로 보내 지구를 구하기도 해 오지 않았던가.
이번에는 별로 사이가 좋지도 않은 다른 나라의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자국의 군대를 파견해 결국 러시아의 쿠데타를 막아낸다는 설정은 말 그대로 미국이 지구상의 모든 위험을 다 해결한다는, 미국 우월주의를 다시 한 번 내세운 영화라 할 수 있다.
물론 재미는 있다. 육상과 해상에서 벌어지는 전투장면은 물론, 적진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어뢰를 비롯해 여러 위험요소를 피해 아슬아슬 빠져 나가는 장면은 관객들 모두를 숨죽이게 한다.
여기에 핵잠수함이 수면 위로 떠가는 장면 역시 CG를 쓰지 않고, 해군의 도움으로 실제 핵잠수함을 띄워서 찍은 만큼 사실적이어서 재미를 배가(倍加) 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비단 내가 미국인이 아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