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폐지되자 일어난 일
가까운 미래 전 세계는 사형제를 폐지한다. 사형제는 폐지됐지만 여전히 극악무도한 범죄자는 있기 마련.
이에 아시아 12개국은 인도의 어느 섬에 AP-101이라는 수용소를 만들어 이들을 격리시킨다.
사형감인 이들이 모여 있으니 이들이 얼마나 죄질이 나쁠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터.
이런 이들끼리 모여 있다 보니 AP-101은 말 그대로 무법천지로 변한지 오래. 특히 ‘율'(브루스 칸)이라는 특수경찰의 아내와 딸을 죽이고 이곳에 수감된 ‘쿤'(박희순 분)은 이곳에 ‘인간사육장’을 만들어 자기만의 군대를 갖추고 왕처럼 살아간다.
처자식을 눈앞에서 잃은데 대해 복수하기 위해 ‘율’은 ‘쿤’의 부하들을 죽이고 자신이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되어 이곳으로 오게 된다.
바로 영화 <리벤져>의 내용이다. 이러한 내용만 보면 이 영화 매우 재미있을 것처럼 보인다.
일단 설정부터가 할리우드 영화 같은 분위기가 물씬 난다. 나오는 배우들 역시 박희순, 김인권, 윤진서, 박철민 같은 국내 배우 외에도 여러 명의 외국인 배우가 함께 출연한다.
여기에 CG와 와이어, 대역 없이 배우들이 직접 격투신과 활 액션을 소화해냈다는 사실까지 덧붙이면 기대감은 한껏 높아진다.
그러나 일단 대사가 별로 없다. 분량으로 따지면 전체 러닝타임의 1/3 정도나 될까. 여기에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에 더해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를 언어들이 난무한다. 물론 아무 뜻을 알 수 없는 ‘우우우’ 같은 대사가 더 많다.
오죽하면 극중에서 쿤 일당에 맞서 싸우는 움막촌의 캡틴 ‘바우'(김인권 분)가 “도저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물론 자막은 있지만, 너무 많은 언어가 난무하다 보니 관객들은 오히려 흥미를 잃게 된다.
‘쿤’ 역할을 맡은 브루스 칸은 할리우드 발차기의 1인자답게 섬에 도착해 상체를 결박 당한채로 오직 발차기만으로 여러 명을 때려눕히고, ‘말리’ 역을 맡은 윤진서는 영화 내내 멋진 활쏘기를 선보이지만 일단 내용의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영화의 재미를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나마 치매에 걸린 의사 역을 맡은 박철민의 능청스러운 치매 연기가 나올 때만 관객들에게 미소를 선사하는 정도다.
영화 <용의자>와 <살인자의 기억법> 조감독 출신인 이승원 감독이 처음 직접 메가폰을 잡은 영화 <리벤져>는 다음 달 6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