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으로 망해놓고, 부동산에 희망 거는 가족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계속해서 강남에 살기를 고집하는 부모님이 지긋지긋해 독립한 감독은, 여러 번의 이사 끝에 가장 싼 집을 구했다고 한다.
물론 천장에서 물은 새지만 그래도 부모로부터 독립이 더 중요했기에 지금이 더 좋다.
그러던 어느 날, 5년 만에 우연히 길에서 아버지를 발견해 전화를 걸어보지만 이미 번호가 바뀐 후였다. 그렇게 가족은 남이 되어버렸다.
1988년 늦둥이 딸로 태어나 중산층 가정에서 ‘아파트 키드’로 자란 그녀는 중견건설사 사장인 아버지 밑에서 유복하게 자랐지만, 1997년 IMF를 겪으며 집안은 급격히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사춘기 무렵 가족이 살던 잠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 건너편 빌라로 이사를 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부모는 여전히 부동산만이 돈 버는 수단이라고 인식하고 있다.심지어 신문 대금이 6만원 연체될 정도로 부모의 경제 상황은 안 좋은데도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정희 정권시절 울산을 중화학도시로 육성할 당시 울산에 살던 신혼부부였던 부모는 부동산 투자로 돈을 몇 배나 불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으로 돈 맛을 보게 된 감독의 부모는 1970년대 서울로 올라와 집 장사를 시작했다.
잠실 땅값이 한 해에 200배씩 오르던 시절이었기에, 연 10억 원 정도는 우습게 벌었다.
하지만 지금은 1년 안에 살고 있는 집을 빼줘야 하는 상황. 결국 감독은 혹시나 해서 검색해 보니 아버지 명의로 된 땅이 곧 강제경매로 넘어갈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경매를 막으면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엄마와 함께 현장을 찾아가 본다.그러나 감독의 아버지는 어차피 그 땅은 본인이 권리도 없고, 돈도 안 되니 손대지 말라며 나 몰라라 한다.
사실 감독의 아버지는 과거 그린벨트가 풀리자마자 종로 일대에 당시 돈 수십 억 원을 써서 땅을 샀다. 고급 빌라를 지어서 분양하려던 속셈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규제가 강화돼 빌라를 지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은행 빚을 갚지 못해 그대로 경매로 넘어가면서 빚만 지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이게 다 ‘버블’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할 수 있다.
고민 끝에 감독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빼서 그 보증금으로 아버지의 빚을 갚기로 하고 다시 부모님과 합가(合家)를 한다.
합가 후 알게 된 사실 하나. 어머니는 딸인 마민지 감독 이름으로 몰래 땅을 사 두었고, 아버지는 베개 속에 비상금을 모아두고 있었다.
자신의 땅을 보러 간 감독은 땅을 사느라 빚을 지긴 했지만, 왠지 자신의 미래가 보장된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왜 그토록 자신의 부모가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렸는지 이해하게 된다.
마민지 감독이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부동산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버블 패밀리>는 제14회 EBS국제다큐영화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제10회 로테르담건축영화제 등 국내외 다양한 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개봉한 <국가부도의 날>과 내용적으로 맞물리면서 다큐멘터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호재로 큰돈도 벌어봤고, 또 부동산 투기로 가세가 기울기도 했으나, 여전히 부동산 투자로 다시 예전처럼 잘 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감독의 가족들을 통해 2018년 대한민국 국민들이 여전히 부동산 투자를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버블 패밀리>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