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 없었는데, 완전 재미있는 영화
아니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흑백영화라니? 홍상수 감독 작품도 아니고 참……. 이 영화 보나마나 지루할 것임이 틀림없어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어? 뭐지? 이거 완전 코미디인데? 흑백영화이니 ‘블랙 코미디’인가 싶다.
바로 영화 <더 파티>를 보고 난 후의 솔직한 심정이다.보건부 장관 내정자인 자넷(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분)은 집에서 지인들과 축하연을 연다.
지인들이 오기 전부터 무기력해 보이는 남편 빌(티모시 스폴 분)은 멍하니 앉아서 음악만 듣고, 첫 손님으로 온 냉소주의자 에이프릴(페트리시아 클락슨 분)과 그녀의 남자친구 고프리드(브루노 강쯔 분)가 오니 활력을 찾는 듯하다.
그나마 에이프릴이 뒤이어 오는 손님들 문이라도 열어주고 도와주니 조금은 낫다.
아 그런데 이 바쁜 시간에 축하전화가 계속 걸려온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여기에 더해 눈치 없이 내연남까지 전화해서 통화를 끝낼 틈을 안 준다.
사람들은 계속 오는데 이러다 들키지 싶어서 미치겠다. 페미스트인 마사(체리 존스 분) 교수와 그녀의 연인인 지니(에밀리 모티머 분)까지 집에 오니 정신이 없다.
이제 장관 일을 보좌할 메리엔과 톰(킬리언 머피 분) 부부만 오면 된다.
잠시 후 메리엔은 바빠서 나중에 오기로 했다며, 톰 혼자 먼저 도착했다. 그런데 이 남자 오자마자 화장실로 들어가 마약을 흡입하더니 이내 총을 점검하고 거실로 나오는 폼이 수상하다.
뭐 어쨌든 파티는 시작되고, 갑자기 무기력하던 빌이 할 말이 있다며 곧 자기가 죽을 거라며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폭탄선언을 한다.
아, 이 좋은 날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고 그동안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온(하다못해 예일대 교수자리까지 마다한) 남편이 시한부라는 소리에 자넷은 장관직에서 사퇴하고 남편에게 올인하겠다고 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아까 집에 오자마자 안절부절 해 하던 톰은 마당으로 나가 쓰레기통에 총을 버렸다가 10초도 안 돼서 다시 그 총을 꺼내 챙긴다.
그렇게 이야기는 쭉 전개되다 갑자기 또 허를 찌르는 상황이 생긴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메리앤과 빌이 사실은 불륜 관계였다는 것.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자넷은 빌의 싸대기를 후려갈기고, 1초 만에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과한가 싶어서 사과했다가, 다시 1초 만에 또 한 번 싸대기를 후려갈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왜 아까부터 메리앤의 남편 톰이 총을 가져왔는지 이해가 된다.
여기에 마사 교수가 두 사람에게 불륜 장소를 제공해 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아니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냐며 자넷은 화를 내고, 자넷을 두둔하느라 빌은 “우리는 대학 때 부터 모든 걸 공유해 왔다”는 소리나 해댄다.
이에 마사의 동성 애인이자 체외수정으로 세 쌍둥이를 임신한 지니는 마사에게 대체 뭘 공유했는지 추궁하고, 옆에서 듣던 빌은 2번의 잠자리를 가진 사실을 밝힌다.
이런 여지껏 남자와 몸을 섞지 않은 줄 알았는데, 지니는 매우 큰 배신감을 느낀다.
71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영화인데다 흑백 영화이지만, 그것도 거실과 주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마치 연극처럼 연출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왜 여러 영화제와 해외매체들이 찬사를 보냈는지 알게 된다.
처음 영화의 줄거리를 듣고 최근 개봉한 <완벽한 타인>과 비슷한가 생각했지만, 이 영화가 훨씬 더 재미있다.영화 <더 파티>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