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그릇된 성인식에 한 방 날려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노트북 하다못해 IPTV를 이용해서도 인터넷을 한다. 인터넷으로 궁금한 연예인의 나이를 찾아보기도 하고, 뉴스를 보기도 하고, 물건을 사기도 하고, 날씨를 검색하기도 한다.
우리 삶은 인터넷을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19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는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기 속 캐릭터들이 인터넷 세상을 여행하는 내용이다.
‘다 고쳐, 펠릭스’ 속 캐릭터인 주먹왕 랄프는 매번 예측 가능한 코스가 따분한 ‘슈가 러쉬’ 속 캐릭터인 레이싱 공주 바넬로피를 위해 새로운 코스를 만들어 준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오락실 게임기의 운전대가 망가져 오락실 주인이 기계를 고물상에 처분하려 하고, 이를 막기 위해 둘은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가 이베이(ebay)에서 운전대를 낙찰 받는다.
문제는 아케이드 게임기 속 캐릭터이다 보니 돈의 개념이 없어서 200불 짜리를 27,001불에 낙찰 받았다는 것.
기한 내에 돈을 내지 않으면 낙찰도 취소되고, 또 다시 경매에 참여할 기회도 박탈되는 까닭에 둘은 돈을 벌기 위해 게임 아이템 거래소의 문을 두드린다.
이들은 ‘슬로터 레이스’의 섕크의 차를 가지고 오면 4만불을 주겠다는 제안에 솔깃해 섕크의 차를 훔친다.
특히 이 장면은 애니메이션이기에 더욱 더 박진감 넘치는 자동차 경주 장면으로, 그 어떤 실사영화의 자동차 경주 장면 보다 더 재미있다.
결국 섕크의 차를 훔치지 못한 둘은 섕크로부터 동영상 사이트 버즈 튜브(buzz tube)를 소개받는다.
랄프는 곧 버즈 튜브의 스타로 등극하고 순식간의 돈 버는 재미를 들이고, 목표액을 채우기 위해 더욱 더 ‘병맛’ 영상을 만드는데 혈안이 된다.
반면 바넬로피는 엘사, 신데렐라, 백설공주 등과 어울리면서 인터넷 세상에 머무르고 싶어 한다.
디즈니의 모든 공주와 픽사의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메리다까지 한 자리에 모였는데, 제작진은 초기 공주 몇을 제외하고 원래 해당 공주 캐릭터를 더빙한 배우들을 섭외했다고 한다.
오락실의 불이 꺼지고, 게임기의 전원이 꺼지면 게임기 안에 사는 캐릭터끼리 파티도 하고, 서로 다른 게임 속을 휘젓고 다니며 놀기도 하고, 누구는 눈이 맞아 결혼도 한다는 상상은 참으로 기발하다.
또 없는 것이 없는 인터넷 세상은 24시간 잠들지 않는 세계라는 지적 역시 너무나 와 닿는 부분이다.
여기에 어디를 가나 따라 다니는 불법 스팸 광고의 폐허 등도 재미있게 꼬집는다.
아울러, 왜 그동안 만화나 영화 속 공주들은 죄다 거추장스러워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지낼까. 그리고 그들의 사연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남이 준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죽기도 하고, 다리를 얻기 위해 목소리를 빼앗기기 하고, 마법에 빠져 오랫동안 잠만 자기도 하는 등 하나같이 무슨 그런 기구한 사연이 있는지 이 작품 속 바넬로피의 대사처럼 진짜로 신고할 일들만 겪는다.
결국 이들 공주들은 덩치 크고, 잘 생긴 남자가 나타나서 키스를 해 주면 마법에서 풀려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로 결말을 맺는다.
이는 성평등의 관점에서 보자면, 여성은 늘 유약(幼弱)하고 남자의 보호를 받아야 하거나 혹은 남자 하나만 잘 만나면 인생이 업그레이드된다는 그릇된 성인식을 심어주는 내용들이다.
반면, 이 작품 속 바넬로피는 엄연히 공주임에도 불구하고 드레스가 아닌 편안한 캐주얼 차림으로, 카 레이싱을 즐기는데다, 죽마고우인 랄프와도 격의 없이 지내는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래서 처음 그가 공주들이 모인 대기실에 들어갔을 때,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나도 공주라고 답하자 하나같이 그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질문 공세를 통해 검증 절차에 돌입한다.
이는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여성에 대해 그릇된 성인식(性認識)을 심어 온 디즈니의 반성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는 다음 달 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