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부에게 기본소득이 보장되었더라면 어땠을까?
동갑내기인 결혼 2년차 29살 현호(이광현 분)는 배우가 꿈이라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부인 정희(박가영 분)는 경력도 좋고 다 좋은데 혹시라도 아이 낳으러 간다고 중간에 관둘까봐 번번이 취업에 실패한다.
이 추운 겨울에 보일러도 제대로 안 나와서 심난한데 집(집이라고 해 봤자 작은 원룸이다.) 주인으로부터 연장할 것이냐는 연락까지 오자 남편은 더 이상 여기 어떻게 살겠냐며 이사를 가자고 한다.
그날 밤 A/S 기사를 불러서 보일러를 고치고, 모처럼 부부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지려던 찰나에 또 다시 보일러가 고장이 난다.
한창 분위기 좋다가 보일러 좀 봐 보라는 부인의 말에 남편은 흐름이 끊겨서 기분이 별로고, 부인은 아무리 우리가 가난한 신혼부부라지만 이게 사는 건가 싶어 서글퍼서 눈물이 난다.
다음 날 당장 집을 알아보러 다니지만, 솔직히 두 사람의 경제수준으로 갈만한 곳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날 저녁 보일러 꺼진 원룸에서 조촐하게 식사를 하던 부부는, 능력은 생각도 안하고 오늘 본 오피스텔이 다 마음에 든다는 남편이 아내는 한심스럽기만 하다.
현호는 둘러 본 집에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온 사실을 알고 다음 날 다시 방문해서 핸드폰을 찾아온다.
이 과정에서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신혼부부가 경제적 어려움 없이 번듯하게 살아가는데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오디션 탈락 문자를 받는다.
이에 그는 부인에게 오디션에 붙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몰래 아르바이트를 한다.
결국 부인에게 들킨 남편은 연기를 하면 남들처럼 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자, 부인은 “남들처럼 사는 게 뭐냐?”며 보일러 빵빵하고, 넓은 식탁에서 밥 먹지 않아도 되니 계속해서 하고 싶은 연기를 하는 게 더 좋다며 거짓말 한 남편에게 화를 낸다.
그렇게 또 부부는 2번째 겨울을 맞이하게 됐다. 여전히 그들의 삶은 남들처럼 여유롭지 못하다.
이 영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경제적으로 풍족하든 그렇지 못하든, 신혼부부이든 다둥이를 둔 부부이든, 누구나 생활을 하기 위해 최소한의 돈은 필요하다.
만약 현호, 정희 부부에게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어떨까? 한 달 동안 보일러도 걱정 없이 틀고, 가끔은 밖에서 외식도 할 수준이 보장된다면 현호는 부인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연기를 하기 위해 계속해서 오디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정희 역시 가끔씩 들어오는 디자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금 보다는 덜 빠듯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남편의 꿈을 응원하면서.
물론 기본소득은 이들 부부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도 사실은 돈 때문에 다니는 것이지, 심리적 압박이 대단해 사표를 하루에 12번도 더 쓸 수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도 기본소득이 보장된다면 ‘더러워도 돈 때문에 참아야 하는’ 곳이 아닌 ‘사회적으로 필요한’ 혹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기본소득은 중요하다. 이것을 단순히 포플리즘이라고 비난해선 안 되는 이유다.
더욱이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닌 대상자 누구에게나(가령 19~24세 청년처럼) 지급한다면 공무원들이 업무 과로로 쓰러지는 일도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수의 공무원이 필요하지 않아 인건비가 절감되므로, 불필요한 예컨대 매년 돈을 쓰기 위해 멀쩡한 인도를 깨부수고 다시 포장하는 그런 예산을 아낀다면 충분히 기본소득을 보장해 줄 수 있다.
기본소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두 번째 겨울>은 지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을 보였으며, 오는 27일 개봉할 예정이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