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떠올라 가슴 먹먹해지는 영화
2000년 8월 10일.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가 출항하고, 이틀 후인 8월 12일 오전 11시 29분 선내 첫 번째 어뢰가 폭발한다. 2분 후 2번째 어뢰도 폭발하면서 러시아의 ‘가라앉지 않는’ 자존심이 침몰하고 만다.
오는 17일 개봉을 앞둔 영화 <쿠르스크>는 실제 있었던 사실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사실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더 가슴이 저며 온다.
쿠르스크 침몰 사고 이후 13년 8개월 후 대한민국 영해에서 침몰한 세월호 사고와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이다.
크기는 점보제트기 2배, 길이는 축구장 2개를 합한 것보다 큰 쿠르스크에 승선한 인원은 118명.
이들은 두 차례의 어뢰(魚雷) 폭발로 대부분 사망하고 단 23명만이 생존해 9번 격납실에 모여 있었다.
영국 해군은 물론 러시아 북방함대에서도 쿠르스크의 침몰을 확인한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는 사고 이틀 후 승무원 전원이 생존해 있다는 잘못된 발표를 한다.
이 과정에서 승무원들의 가족들이 구조가 진행 중인지, 산소는 충분한지 등을 묻자 군 당국자는 일체의 질문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공식 발표를 중단시킨 후 발표장을 떠난다.
이미 쿠르스크호의 침몰 직후 이를 눈치 챈 후 구조요청이 오는 대로 곧바로 돌입할 수 있게 준비 중인 영국 해군 준장 데이빗 러셀(콜린 퍼스 분)이 러시아 측에 말만하면 바로 돕겠다고 제안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 핵잠수함이 군 기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답변을 차일피일 미룬다.
그러는 사이 생존자들은 줄어드는 산소의 양과 배수를 위해 가동하던 펌프의 작동 중단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었다.
선내에 남아 구조를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우리 해군이 즉각 출동해 구조하겠다고 대통령에게 이야기 했음에도 이를 묵살하고, 언론에서는 사고 직후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냈었던 세월호 사고와 너무도 닮았다.
문제는 국제사회의 도움의 손길도 뿌리친 채 계속해서 노후화 된 장비를 이용해 자체 구조를 시도하던 러시아 군 당국은 결국 산소 부족으로 23명의 생존자마저 모두 죽은 후에야 영국 군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이다.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기 직전까지도 군 당국에서는 해당 핵잠수함이 수심 500미터 아래에 가라앉아 있으며, 시계(視界)가 좋지 않아 구조가 지연되는 것이지 파손 상태는 양호한 편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사실 쿠르스크가 가라앉은 바다는 그렇게 깊은 곳도 아니고, 시계도 매우 좋은 곳이었다. 또 진도 3.9의 어마어마한 폭발을 한 쿠르스크호는 선미(船尾)만 빼고 심하게 파손됐다.
금방 들통 날 거짓말로 국민을 호도(糊塗) 하려는 모양새가 세월호 때와 참 많이 닮았다.
메가폰을 잡은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은 작업에 들어가기 전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 만큼 고인을 욕되게 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하려 들지 말자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이에 감독은 당시 구조작업에 나선 영국 해군 소속 데이빗 러셀 준장에게 자문을 얻어 스크린에 이를 옮겼다고 한다.
아군, 적군을 가리지 않고 같은 ‘뱃사람’이기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그들을 살리려 했던 데이빗 러셀 장군의 태도와 71명의 아이들을 비롯한 유족들이 느꼈을 애통함, 그리고 국가의 자존심 때문에 기밀을 내세워 도움의 손길을 거부한 러시아 정부.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가슴 한 편이 먹먹해 짐을 느끼게 된다. 때문에 5년 전 팽목항에서 일어난 세월호 침몰사고를 기억하는 이들이나 유족이라면 가급적 이 영화를 보지 않기를 권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