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공중도시’를 위해 존재하는 ‘고철도시’의 사람들. 그들은 오직 공중도시를 위해 일한다. 또 그들은 언젠가 자신도 공중도시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꿈꾸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공중도시에서 고철도시로 내다버린 고철 더미 속에서 한쪽 팔과 두 다리를 잃은 한 장애인 소녀가 발견된다.
그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인간의 뇌를 가진 사이보그. 그녀는 사이보그 전문의 이도(크리스토프 왈츠 분)의 도움으로 다시 새로운 몸을 얻으며 기적적으로 살아나지만 정작 기억을 잃은 상태라 자신이 누구인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당연히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에게 이도 박사는 ‘알리타’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사실 그녀가 이도 박사로부터 이식받은 몸은 죽은 이도 박사의 딸 알리타에게 주려던 몸이었기에, 그의 부인(사실 이혼한 분위기이지만 정확치는 않다) 차렌(제니퍼 코넬리 분)은 영 못 마땅해 한다.
어쨌든 다시 사지(四肢)가 멀쩡해진 알리타(로사 살라자르 분)는 박사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모터볼’ 경기 우승을 통해 공중도시로 가기 원하는 휴고(키언 존슨 분)와 가깝게 지낸다.
알리타는 휴고로부터 모터볼 경기 방법을 배우고, 몇 번만에 뛰어난 감각으로 금새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던 알리타는 자신이 과거 어떤 존재였는지 기억을 되찾게 된다.
이 영화는 이른바 ‘헬조선’을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지금의 우리 청년들 모습과 맞닿은 부분이 있다.
영화 속에서 ‘고철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공중도시’로 갈 수 없다. 물론 딱 하나 방법이 있는데 ‘모터볼’ 경기에서 우승을 하면 그곳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더러는 뇌물을 써서라도 공중도시로 가고 싶어 하는 이도 있으나, 돈만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공중도시’ 사람들이 다 행복한 것은 아니다. 사실 이도 박사 부부도 공중도시 출신이지만, 이도 박사는 공중도시 시민임을 나타내는 표식을 스스로 지우고 조용히 살기 원한다.
우리가 가져보지 못한 것,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해 막연히 환상을 가질 수는 있으나 정작 그것을 가져보고, 가 본 사람들은 그러한 것이 다 부질없음을 깨닫는다.
누구에게는 서울대 의대를 가는 것이 꿈이겠지만, 정작 부모의 등살에 떠밀려 억지도 서울대 의대에 간 ‘SKY 캐슬’ 출신 아이들은 결코 그것이 자신에게 행복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과 같다.
하루에 몇 억 원을 평생 써도 다 못 쓸 돈이 있으면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정작 그런 돈을 가진 이는 자식들끼리 서로 유산을 더 많이 가지려고 싸우고, 의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이런 꼴 보려고 여태껏 돈 벌었나 싶어 자괴감에 빠진다.
영화 <아바타>와 <타이타닉> 제작진이 뭉쳐서 만든 영화답게 <알리타: 배틀 엔젤>의 컴퓨터 그래픽이나 액션신은 화려하다.
당연히 그 자체로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러면 외적인 것만 보지 말고 알리타가 ‘공중도시’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과연 ‘공중도시’로 올라가는 삶만이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지를 곱씹어 보면서 본다면 조금 더 의미 있는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는 설 당일인 오는 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