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이야기이기도,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전작 <검은 사제들>을 통해 구마(驅魔) 의식이라는 한국영화에선 낯선 소재를 선보인 장재현 감독이 이번에는 이단을 소재로 한 영화 <사바하>로 관객을 찾아온다.
3년이란 시간을 들여 심혈을 기울였다며 울먹이기까지 한 장 감독의 신작 <사바하>는 ‘사슴동산’이라는 이단(異端) 종교를 추적하는 종교문제연구소 박웅재 목사(이정재 분)와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광목’으로 불리는 미스터리한 인물 나한(박정민 분) 그리고 영화의 중반부가 되어서야 정체를 드러내는 ‘그것’과 쌍둥이 동생 금화(이재인 분)의 이야기다.
사실 이 영화를 끝까지 보면 ‘눈 뜨고 못 볼 만큼’ 무서운 영화는 아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영화 <장산범> 정도의 스릴러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음악이나 뱀 등 ‘영화적 장치’를 십분 활용해 긴장감을 극대화 한 것이 특징이다.
영화 속 박 목사는 목사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고통 등을 보면서 과연 신이 있는지 의구심을 품는다.
이에 대해 장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속 박 목사와 마찬가지로 세상이 어두울 때면 신이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며, 신을 찾다보면 공허함이 남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모태(母胎)신앙의 기독교인이라고.
특히 영화 속 박 목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목사의 모습과 다르다. 담배를 엄청나게 피워대는 골초인데다 돈을 밝힌다.
이단 종교를 색출해 내는데 있어서 어떠한 사명감 보다는 돈 때문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돈을 밝힌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강원도 태백에 위치한 ‘사슴동산’이라는 곳을 주목하면서 고교 후배인 해안 스님의 도움으로 이곳에 한 발짝 더 깊숙이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이곳의 교주에 대한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아무 연관 없어 보이던 금화의 쌍둥이 언니 ‘그것’의 정체도 수면 위로 오른다.
첫 장면에서 출생 직후 단 몇 초만 나오며 이름도 없이 ‘그것’으로 지칭되던 금화의 쌍둥이 언니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관객들은 긴장감을 늦추게 된다.
특히 마지막에 ‘그것’의 모습이 제대로 관객들에게 노출되면서 오히려 악하기 보다는 선한 모습도 엿보인다.
이는 불교에는 악(惡)이 없다는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원래는 악귀였으나 부처를 만난 후 악귀를 잡는 악신(惡神)이 된 사천왕(四天王)만 보아도 원래부터 악한 것은 없다는 말이 이해가 될 것이다.
영화 초반부터 내내 ‘귀신’ ‘뱀’ 등으로 불리며 악(惡)으로 규정된 ‘그것’이 괴물 같은 모습이 아니라 선한 모습도 엿보인다는 것은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이다.
‘그것’과 ‘그것’ 때문에 평생 장애를 않고 살아가는 금화 역까지 1인 2역을 선보인 이재인은 올해 16세로 실제 자신과 똑같은 나이의 연기를 선보였는데, 오디션 과정에서 유일하게 강원도 사투리를 써서 선발했다고 한다.
특히 나이나 경험에 비해 시나리오 해석력이 좋았다는 것이 장재현 감독의 설명으로,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정재, 진선규, 박정민 ‘삼촌’을 전부 팬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했다.
참고로 사바하(娑婆訶)는 산스크리트어로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소서’라는 말로 주문의 끝에 붙여 성취, 감사의 뜻을 나타낸다.
영화 <사바하>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