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이 아닌 21세기 한국 이야기?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를 보고 있자면, 몇 년 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떠오른다.
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히스테릭한 여왕(올리비아 콜맨 분)과 어릴 때부터 그런 여왕의 곁을 지켜 온 친구이자, 여왕 대신 국정(國政)을 좌지우지 하는 ‘비선실세’ 사라(레이첼 와이즈 분).
여야 의원들은 물론 내각의 그 누구도 사라가 하는 지시가 반드시 여왕의 뜻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심증으로는 알지만, 행여 대놓고 물어봐도 여왕의 뜻이라고 한마디 하면 더 이상 거역할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변덕이 심하고, 툭하면 화내기 일쑤인 게다가 아예 침실 밖으로 나오지도 않는 여왕에게 일일이 쫓아가 진짜로 사라가 지시한 내용이 여왕의 지시를 단순 전달한 것이냐고 물을 수도 없는 노릇.
설령 용기를 내어 여왕에게 쫓아간들 ‘아 몰랑’ 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설정을 보고 있자면, 이 영화의 배경과 시기만 다르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었나 싶을 정도다.
그렇게 여왕의 이름을 등에 업고 자기 멋대로 국정을 농단하던 어느 날, 얼굴도 잘 모르겠는 사촌 동생 애비게일(엠마 스톤 분)이 사라를 찾아와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다며 일자리를 구걸한다.
솔직히 애비게일은 잘 모르겠으나, 그녀의 아버지인 삼촌은 아는 탓에 마지못해 여왕이 사는 궁궐의 하녀로 들인다.
하지만 한때 권력을 누리던 집안의 딸이어서 그런지 애비게일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궁궐로 들어온 김에 다시 귀족으로의 신분 상승을 꿈꾼다.
그러기 위해서 그녀는 여왕 앤의 눈에 들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이러한 그녀의 모습은 자연스레 사라에게 눈엣가시로 작용한다.
사라는 ‘권력은 가족끼리도 나누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실천하듯 사촌동생 애비게일을 여왕과 떼어놓기 위해 온갖 나쁜 짓은 다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이모인 최순실과 조카인 장시효가 벌이던 날선 폭로전을 연상케 한다.
이 과정에서 여왕의 성적인 취향을 알게 된 애비게일이 이를 역이용해 여왕의 환심을 사고, 이에 레이첼은 애비게일에게 강한 질투심을 느낀다.
이 부분 역시 최태민 목사와의 염문설 등이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낯선 18세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지만, 불과 몇 년 전 우리가 겪었던 사건을 떠올리면서 이 영화를 본다면 마치 18세기 영국이 아닌 21세기 한국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최순실 사건과 비교하면서 보면 재미가 배가(倍加) 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