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말년에 마약 운반책 된 사연
요즘 같은 시대에 90세 노장이기에 가능한 배역이 있을까? 정답은 90세 현역 배우이기 때문에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있다’이다.
오히려 20대 젊은 배우는 맡지 못할 배역. 바로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라스트 미션>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1930년생)가 맡은 ‘얼 스톤’ 역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으로, 평생 원예업에 종사하던 얼 스톤이 우연한 기회에 마약 운반을 하게 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참고로 당시 경찰에 체포되었을 때의 나이는 87세였다.
평생 가족 보다 일에 더 치중한 탓에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은 그는, 인터넷의 발달로 매출에 타격을 입어 농장이 압류되고 만다.
그런 그의 딱한 사정을 이용해 마약범죄 조직원들이 그에게 마약 운반을 맡긴다.
워낙에 고령인데다, 지금껏 과속 딱지 한 번 끊은 적이 없고, 무엇보다 돈이 절실하다고 하니 일단 그에게 일을 맡겨 본다.
처음에는 절대 가방을 열어 보지 말라고 겁을 줘서 내용물이 뭔지도 모른 채 그들이 지시한 호텔로 가 차를 세워 뒀다가 1시간 후 차로 돌아오면 현금 다발이 두둑하게 놓여져 있을 뿐이었다.
진짜 그들의 말처럼 운전만 했는데 돈이 그것도 엄청 많이 생겼다.
돈 앞에 안 약한 사람이 있을까? 손녀 딸 결혼 피로연에서 한턱 낼 만큼은 벌었으니 그만 하려고 했더니, 그러지 말고 또 한 번 운전해 달라는 말에 그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또 다시 마약 운반을 한다.
역시 이번에도 거액의 돈이 바로 생겼다. 이쯤 되면 저 가방 속 물건이 뭘까 궁금해지기 시작해, 그는 운반도중 가방을 열어보고 그것이 다름아닌 마약임을 알게된다.
하지만, 원래 나쁜 일은 ‘돈맛’을 보면 빠져나오기 힘든 법. 이제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면서도 계속해서 마약 운반을 한다.
덕분에 조직의 보스에게 신임을 얻게 되고, 매번 정해진 코스로 다니지 않는 탓에 오히려 마약단속국의 추적도 받지 않는다.
이 작품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제작 및 연출한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아메리칸 스나이퍼>에 이은 ‘실화 3부작’ 중 하나다.
이번에는 앞선 2개의 작품과 달리 주연까지 맡아 총 1인 3역을 해냈다.
특히 마지막에 전처의 임종을 앞두고 둘이 화해하는 모습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동년배와 다른 삶을 산 인물(얼 스톤)을 동년배인 원로 배우(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기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화려하거나 박진감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볼만한 영화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