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를 담으려 한 영화
제목 앞에 ‘네가 없는 너의’라는 문구만으로도 영화의 내용을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영화 <생일>이 18일 기자시사회를 개최했다.
이 영화는 포스터에도 잘 드러나지만, 2014년 4월 이후로 생일상을 받아 본 적 없는 ‘세월호 희생자’에 관한 영화다.
벌써부터 포털사이트에선 세월호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메가폰을 잡은 이종언 감독의 진심 덕분에 유가족도 그리고 주연을 맡은 설경구와 전도연도 흔쾌히 영화에 힘을 보탰다.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며 가장 우려한 부분 역시 행여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그런 감독의 진심이 통했을까? 처음에 고사하던 전도연은 끝내 출연을 수락했고, 설경구 역시 1주일간 고민 끝에 원래 잡혀있던 스케줄을 조정하면서까지 이 영화의 출연을 수락했다고.
돈벌이 때문에 5년간 베트남에 나가있던 정일(설경구 분)은 한국에 돌아오지만, 아들 수호(윤찬영 분)가 세상을 떠날 때 함께 하지 않았단 이유로 아내 순남(전도연 분)에게 냉대(冷待)를 받는다.
아기 때 곁을 떠난 탓에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둘째 예솔(김보민 분)에게 조금씩 다가가면서 예솔의 마음을 얻는데는 성공하지만, 여전히 순남은 그에게 서운한 게 많은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세월호 유가족을 돕는 단체의 대표(박종환 분)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곧 돌아오는 수호의 생일잔치를 해 주고 싶다며 수호에 대한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한다.
이는 실제 이종언 감독이 2015년 세월호 치유공간 ‘이웃’에서 봉사하던 활동이다. 이곳에서 이 감독은 먼저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생일잔치를 열어주기 위해 3주 동안 그동안 고인과의 추억 등을 듣는 봉사활동을 했었다고 한다.
이 같은 제안을 받고 수호의 아버지는 고민하지만, 수호 엄마는 단칼에 거절한다.
하지만 수호 아버지의 진심을 본 수호 엄마는 결국 같이 수호의 생일잔치에 참석하고, 여기에서 그녀는 드디어 아들과의 이별을 인정하고 조금은 치유를 받는다.
이 장면에서 관객들은 훌쩍거리게 되는데, 배우들 역시 이 장면을 찍을 때 감정적으로 힘들었다고.
40~50명에 달하는 배우들이 카메라를 끊지 않고 30분간 롱테이크(long take)로 촬영한 탓에 처음엔 걱정도 됐지만, 촬영 전날 미리 리허설을 해 보니 충분히 가능하겠다 싶어서 다음 날 또 한 번 촬영을 했다고 한다.
이 장면에 대해 전도연은 촬영 과정에서 탈진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줘서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다며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영화는 아니다. 이종언 감독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영화 속에는 동네가 떠나가라고 우는 옆집 아줌마 순남 때문에 짜증을 내는 3수생도 있고, 받지도 않은 보상금을 운운하며 부동산에 같이 투자하자는 작은아버지도 등장한다.
또 어떤 생존자의 엄마는 암에 걸려 치료비가 많이 필요하자 보상금을 받고는 다른 유가족들에게 면목이 없어 연락을 끊기도 한다.
유가족 역시 누구는 ‘기억 교실’ 존치야 찬성하지만, 현실적으로 후배들이 공부할 공간이 없는데 현실적으로는 자신들이 양보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통해 관객들이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 다시금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제작했다는 것이 감독의 설명.
“다같이 아프자고 만든 영화가 아니라, 서로 힘을 얻고자 만든 영화”라는 전도연의 말이 이 영화의 제작 의도를 가장 잘 설명해 준다.
영화 <생일>은 다음 달 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