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도, 내용도 어려운 작품
오는 4일 개봉하는 영화 <파도치는 땅>은 과거 간첩조작 사건 때문에 피해를 당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학원 사업이 잘 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문성(박정학 분)은 어느 날,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아들(맹세창 분)이 갑자기 귀국해선 10살이나 많은 게다가 애까지 딸린 싱글맘(양조아 분)과 결혼하겠다고 해서 골치가 아프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가 곧 돌아가실 것 같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의 아버지가 어떤 존재였던가.
과거 ‘창진호 사건’으로 인해 억울하게 ‘빨갱이’로 몰려 간첩 누명을 쓰고 옥살이까지 하는 바람에 연좌제로 인해 자신 역시 제대로 취업 등도 할 수 없게 만들었던 분이 아니던가.
안정적인 공무원도, 돈 잘 버는 대기업에도 갈 수 없었던 문성은 자영업으로 먹고 살 수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최근에는 학원이 잘 안 돼서 경제적으로 허덕이고 있는 중이다.
물론 최근에 아버지에게 무죄 판결이 선고 되면서, 보상금도 나왔지만 그동안은 차라리 아버지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인연을 끊고 살아 왔다.
그런데 이제야 위독하다고 하니 또 차마 자식인데 안 가보기도 뭣하고 해서 일단 고향인 군산으로 향한다.
아버지의 병실에 들어서니 생전 처음 보는 웬 젊은 여자애가 간병한다고 딱 붙어있는데, 우리 아들 또래나 될까 싶어 누구냐고 물으니 창진호 선장의 손녀란다.
우리 아버지에게 간첩 누명을 씌운 그 사람의 손녀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왔나 행여 아버지 보상금을 노린 꽃뱀인가 싶어 화를 버럭 낸다.
하지만 문성의 지인들은 은혜(이태경 분)라는 그 여자애에 대해 칭찬을 하고, 은혜 역시 자신이 순수한 마음으로 아버지 곁에 있는 것이라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결국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자신의 아들 도진과 함께 마무리를 같이 하며 조금 가까워졌나 했는데 여전히 도진은 문성에게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한다.
이 영화는 100% 실화는 아니고, 과거 국가폭력에 의해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렸던 한 노인의 사진 한 장을 본 감독이 과연 그의 아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상상해서 만든 작품이다.
사실 앞서 영화의 내용을 상세하게 기술(記述)한 이유는 이렇게 자세하게 알지 못하고 그냥 본다면 솔직히 이 영화의 내용을 100% 이해하기 힘들다.
아버지가 간첩 누명을 썼고, 아들이 애 딸린 여자랑 결혼한다고 해서 속상하구나 정도의 내용만 파악될 뿐 기사에서처럼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82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상당히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박정학의 첫 독립영화이자 과거 아역 배우로 꽤나 잘 나가던 맹세창의 출연이 반갑긴 하지만, 주제가 무겁고 내용도 제대로 파악이 잘 안 되는 탓에 관객에게 선택을 받긴 어려워 보인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