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할 수 없어 더 애달픈 사랑
영화 <파이브 피트>는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 이하 CF)이라는 같은 병을 가진 스텔라(헤일리 루 리차드슨 분)와 윌(콜 스프로즈 분)의 조금은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어려서부터 10년 넘게 CF 치료를 하느라 이 병에 아주 도가 튼 스텔라는 유튜브에 CF에 대한 이야기를 틈틈이 올릴 정도로 발랄한 10대 여학생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윌이라는 동년배의 남학생을 병원에서 만나게 된다.
첫눈에 윌에게 반한 스텔라는, 그가 치료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같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자고 말한다. 결국 스텔라는 윌의 그림 모델이 되어 준다.
나이도 비슷하고, 서로 함께하는 시간도 많아지니 둘 사이에 사랑의 불꽃이 안 튀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
결국 둘은 병원 내에서 ‘원내 커플’이 된다. 그렇게 둘은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간다.
하지만, 두 사람에겐 꼭 지켜야 하는 규칙이 하나 있으니 절대 6피트(약 182c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그 이유는 CF 특성상 타액(唾液) 등으로 감염돼 상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불상사를 예방하고자 설정한 거리가 바로 6피트다.
다만, 이 부분은 의학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으로 영화적 설정인지 혹은 실제 의학적으로 설정한 거리인지는 명확치 않다.
아무튼 너무나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키스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누구처럼 끌어안을 수도 없는 두 사람은 더욱 더 애절한 사랑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몇 명의 입원 환자끼리 몰래 윌의 생일잔치를 한다. 먹고 마시며 즐기다 보니 6피트고 뭐고 그런 규정 따윈 잊고 신나게 노는데 집중한다.
결국 이것이 화근이 되어, 같은 CF 환자인 포(모이세스 아리아스 분)가 그날 밤 세상을 떠난다.
끝내 사단이 나고 말자, 병원에서는 더 이상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윌을 다른 병원으로 전원(transfer) 조치하려고 한다.
이렇게 헤어질 수 없는 두 사람은 곧장 몰래 병원을 빠져나와 매일 밤마다 스텔라가 병원에서 바라보며 ‘별’이라고 부르던 장소로 향한다.
꽁꽁 언 빙판 위에서 즐겁게 놀던 두 사람은 스텔라의 생명을 5년이나 연장할 수 있는 폐이식 기회가 왔다는 연락도 무시하고 열심히 노는데 집중하다가 얼음이 깨져 윌이 물속에 빠지게 되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6피트의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눈앞에서 남자친구를 안 구할 수도 없고, 더욱이 지금 막 나한테 줄 새로운 폐가 병원으로 오고 있다는데, 잘못하다가 수술도 하기 전에 죽을지도 모를 일이라 스텔라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결국 그녀는 사랑을 택하기로 마음먹고, 윌을 물에서 꺼낸 후 인공호흡으로 그를 살려낸다.
가까스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온 두 사람은 우려와 달리 감염은 되지 않았다는 판정을 받고 안도한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생소한 CF라는 병을 소재로 삼아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것 뿐 아니라, 한 번 뿐인 우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 준다.
5년이라는 세월은 세월이라고 말하기도 짧은, 어쩌면 인생에 있어서 얼마 안 되는 기간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누구는 그 5년이라는 기간을 더 살기 위해 절실히 폐 이식을 기다린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5년은 전체 인생의 1/10도 안 되겠지만, 누구에겐 5년이면 인생의 전부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5년이 아니라 1년 아니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다시금 마음을 되잡게 된다.
영화 <파이브 피트>는 오는 1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