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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픽션은 경험담에 기반한다?

영화 논-픽션 스틸컷

우리는 참 많은 읽을거리가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종이책과 종이잡지, 종이신문을 소비하는 양은 줄고 있지만 읽는 양은 더 많아지고 있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전자책을 읽고, 사무실에서 인터넷으로 기사를 읽는다. 친구를 기다리면서 좋아하는 연예인 페이스북에 들어가 글을 읽는다.

꼭 종이책이 아니어도 읽을거리는 넘쳐난다.

여기에 글을 쓰는 사람도 많아졌다. 기성 작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친구나 가족과 서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다.

회사에선 기획안을 작성하고, 거래처에 이메일을 보낸다. 퇴근 후에는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린다.

꼭 ‘멋진 글쓰기’가 아니어도 누구나 글을 쓴다. 더러는 개인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고 출판제안이 오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글로 먹고 사는 작가나 출판사는 고민하게 된다. 정식으로 등단한 작가가 아니어도 블로그라는 사적인 공간에 글만 올려도 누구나 작가가 되는 세상이니 작가의 수입이 줄어든다.

여기에 종이책을 전자책 보다 우선순위에 두는 출판사의 고민은 깊어진다. 14,000원짜리 종이책이 5,000원짜리 전자책 보다 더 팔리길 원하지만 현실은 전자책 시장이 더 커지고 있다.

종이책만의 질감이나 책장에 꽂아서 소장하는 기쁨 어쩌고 독자를 유혹해 보려고 해도, 종이책만큼 눈이 편안한 전자잉크가 개발되고, 전자책에 어울리는 글자체가 개발돼 보급된 까닭에 이제는 전자책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전자책 서재에 수천 권을 보관하더라도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 뿐 아니라, 태블릿 PC 하나만 있으면 다 볼 수 있으니 휴대하기에도 편하다.

영화 <논-픽션>은 바로 전자책과 종이책에 대한 출판인들의 고민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픽션 영화다.

이제는 전자책이 대세라고 믿는 디지털 마케터 로르와 자신도 태블릿 PC로 기사를 보면서도 아직 전자책에 확신이 없는 편집장 알랭.

둘은 서로 논쟁을 자주 하다 보니 가까워도 몸을 섞는 관계까지 된다.

여기에 알랭의 출판사에서 몇 권의 책을 낸 작가 레오나르는 자신의 연애담을 기반으로 소설을 쓰기로 유명하다. 모든 픽션은 논픽션에 기반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그는 알랭의 아내이자 유명 배우인 셀레나와 부적절한 사이다. 여기에 그의 책을 통해 그의 아내인 발레리도 이미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는 있으나 그냥 모른 척 하고 넘어간다.

왜 해외 매체들이 이 영화를 ‘지적이고, 섹시하다’고 표현했는지 이해가 된다. 영화를 보기 전엔 단순히 종이책과 전자책에 대한 담론(談論)을 담아 낸 영화인 줄 알았으나 실제로는 ‘살색’ 장면도 더러 있어 왜 ‘섹시’라는 단어가 등장했는지 이해가 된다.

또, 과연 자신의 연애담을 상대방 동의 없이 소설에 녹여내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논쟁이 벌어지는데 어차피 허구의 상상을 보탠 작가의 창작물이니 상관없다는 입장과 자신의 이야기인 줄 뻔히 알 텐데 상대의 동의 없이 대중에게 공개해 돈을 버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입장 모두 일리가 있어 한 번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영화 <논-픽션>은 다음 달 16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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