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서울 마포에 위치한 성미산학교라는 대안학교에 다니는 자폐 장애인 준하는 자기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탓에 친구나 교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준하를 배척하려 하지 않고 어떻게든 그를 이해하고, 준하와 함께 공존하기 위해 애를 쓴다.
준하와 여전히 한 동네에 살고 있는 홍형숙 감독은 준하에게 초점을 두고 3년간 동행하면서 다큐멘터리 영화 <준하의 행성>을 만들었다.
준하와 오랫동안 한 동네에서 봐 온 사이이기에 준하를 동행 촬영하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가끔은 준하가 “호호(성미산마을 사람들은 각자 별명을 사용한다) 그만. 여기까지”라고 말하면 더 이상 촬영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영화를 만들기 위해 장애아동의 의견 따위는 무시하고 계속해서 촬영을 강행하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에는 준하가 갑자기 프레임을 벗어나면 쫓아가기 바빴으나 체력적 한계도 있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 위해 더 이상 그를 쫓지 않고 갑자기 프레임 밖으로 사라지면 그대로를 영상으로 담았다.
그만큼 홍 감독이 준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그리고 편견 없이 관객에게 보여주려고 했다는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툭하면 지루하고 답답하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는 준하. 친구들은 그런 준하가 무서워서 피하거나 혹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그냥 참고 넘어갔다.
하지만 그렇다 보니 준하는 주변에 친구들도 없어지고, 외로워져서 더욱 더 난폭해진다.
이에 학부모들이 모여서 대책을 의논하고, 준하 엄마는 그들 앞에서 무조건 죄인이 되어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 밖에 하지 못한다.
그러나 같이 자식을 키우는 입장인 다른 부모들은 준하의 부모가 조금 더 당당하게 그리고 자신들과 동등한 입장이 되길 원하는 마음에 준하와 그 부모를 포용한다.
그리고 준하와 같은 학년인 4학년 아이들은 외국 학교에서의 사례 영상을 본 후, 자신들이 준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 큰 덩치로 펀치를 날리는 준하가 무서워서 무조건 피하기보다 준하에게 먼저 다가가 말도 걸어주고, 오늘 날짜도 알려주고 하면서 그와 같이 어울려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성미산학교의 학제는 5-5-2 학제다. 그런 까닭에 5학년을 마치면 아이들은 중등 과정에 들어간다.
아무래도 중등 과정에 들어가기엔 준하에게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기도 하고, 준하도 조금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탓에 당장은 버거울 수 있어 준하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영화에선 이런 디테일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은 채, 준하가 전학 갔다고만 자막으로 처리해 관객들은 ‘역시 자폐성 장애 때문에 어울리지 못하고 결국은 전학갔구나’라고 오해할 수 있는 점이 아쉽다.
이번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JIFF)에서 아시아 프리미어로 선보인 <준하의 행성>은 지난 4일과 6일에 이어 9일에도 상영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