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이나 정치 얘기 아닌 멜로 영화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국민 여러분!>이 사기꾼이 얼떨결에 국회의원이 되는 내용이었다면, 이달 1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은 조폭 보스가 얼떨결에 국회의원이 되는 내용이다.
이러한 설정만 놓고 보면 닮은 듯하지만, 또 한 편으로 두 작품의 차이점도 분명히 보인다.
<국민 여러분!>에서 사기꾼 양정국(최시원 분)이 엉겁결에 연쇄살인범을 잡아 ‘용감한 시민상’을 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오르자 그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의 딸인 사채업자 박후자(김민정 분)가 인기 얻은 김에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 후 이자제한법을 폐지하라고 압박해 어쩔 수 없이 출마하게 되는 내용인 반면,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에서의 조폭 보스 장세출(김래원 분)은 착한 사람이 되라는 변호사 강소현(원진아 분)의 일침이 계기가 돼 버스 사고현장에서 살인성인의 모습을 보여 ‘목포 영웅’으로 떠오르면서 엉겁결에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내용이다.
둘 다 사회적으로 보면 ‘악인’이지만, 엉겁결이긴 하지만 좋은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계기를 맞이하고, 그래서 또 얼떨결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큰 줄기는 닮았다. 또 공교롭게도 둘 다 ‘기호 5번, 무소속’ 후보라는 점도 같다.
그러나 양정국은 사채업자가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억지 춘향으로 그를 출마시킨 것이지만, 장세출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던 무소속 황보 윤 후보(최무성 분)가 사고를 당하자 대타로 추대되었다는 점은 분명히 다른 점이다.
또 양정국은 아내(이유영 분)가 있고, 장세출은 아직 미혼이지만 조폭인 자기 앞에서도 절대 무서워하지 않는 여장부 같은 변호사(원진아 분)를 많이 좋아한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이런 두 사람의 설정은 큰 줄기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국민 여러분!>이 우리 정치 현실을 꼬집는데 중점을 둔 드라마라면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은 멜로에 초점을 둔 멜로 영화라 할 수 있다.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은 소재만 독특할 뿐,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 찾아온 조폭을 무서워하기는커녕 그 우두머리에게 싸대기를 날리는 작고 강단 있는 여자 변호사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세상에 이런 여자가 다 있나 싶어 오히려 호감을 갖게 된 조폭 보스의 러브 라인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렇다고 다른 영화에서처럼 조폭이랍시고 여자를 매우 거칠게 대하지도 않는다.
‘착한 사람’이 되라는 여자의 말 때문에라도 그녀 앞에서 힘자랑도 제대로 못 하고, 하다못해 술 취한 채 노래방에서 키스를 하려다가도 여자가 살짝 밀치자 그냥 거기서 포기한다.
여자 역시 목포 최대 조직의 보스든 뭐든 약자인 시장 상인을 괴롭히는 그를 향해 싸대기를 후려갈길 정도로 정의 앞에선 물불 가리지 않는 성격이지만, 사실은 그날 이후 3달 동안이나 다른 조폭들이 와서 강제집행을 못하게 매일 같이 시장에 와서 죽 치고 앉아만 있다가 가는 그의 행동이 자신들을 도와주려고 했던 행동임을 깨닫고 점점 그에게 호기심을 갖는다.
더욱이 여자가 존경하는 황보 윤 선생이 장세출의 진면목을 알아보고 그와 가까이 하자 더욱 더 장세출에게 끌리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딱 여기까지다. 베드신은커녕 그 흔한 키스신도 없지만, 한편으로 이 영화의 큰 줄기는 정치 얘기가 아니라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은 김래원이 감독에게 이 영화가 멜로 영화 맞냐고 물었을 때, 감독이 그렇다고 답했다는데 강윤성 감독은 그만의 언어로 이 영화를 멜로 영화로 탈바꿈 시켰다.
또 영화에 등장하는 장세출의 라이벌 조직 보스인 조광춘(진선규 분)이나 검사 출신의 재선 국회의원 최만수(최귀화 분)는 얼핏 악인처럼 보이나 실상을 뜯어보면 어딘가 좀 모자란, 그래서 마냥 악당이라고 미워할 수도 없는 그런 존재로 그려진다.
어찌 보면 이 영화엔 악한 사람은 없는지도 모른다.
참고로 2명의 카메오가 등장하니 찾아보는 재미도 느껴 보길 바란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