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 지나치면, 공포가 따로 없어
최근 영화 <사자>를 시작으로 <암전> <변신> 등 국산 공포영화들이 줄지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역시 여름엔 공포영화가 진리인가 싶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공포를 그린 영화라는 점은, 이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야하는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게다가 서예지 뒤에서 진선규가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극장에 불이 꺼지는 순간 공포는 바로 등 뒤에 있다’는 알 듯 모를 듯한 섬뜩한 카피가 눈길을 끈다.
혹자는 외모만 보고 공포의 대상이 진선규라고 생각해 그가 귀신이거나 끔찍한 범죄자가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8일 기자들에게 공개된 <암전>에 대해 이러한 선입견을 갖고 영화를 보러 간 기자는 주인공 박미영(서예지 분)이 깜깜한 극장에서 탈출하는 첫 장면부터 괜히 긴장을 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이 영화를 공포영화라고 생각하지 않고 본다면 그리 무서운 영화는 아니다.
물론 귀신도 나오고, 다소 잔인한 장면도 나오지만 그다지 무섭진 않다. 전혀 소리를 지르거나 눈을 감을 만큼의 공포영화는 아니다.
단편영화 한 편으로 주목받는 신인 감독이 된 박미영은 8년 동안이나 자신의 첫 장편영화 준비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
그녀는 무서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일념하나로, 세상의 무서운 이야기는 죄다 수집하지만 마땅한 소재가 없어 시나리오도 제대로 쓰지 못하자 제작사로부터 독촉에 시달린다.
그러던 차에 10년 전 대전대 연극영화과 졸업작품 한 편이 공포영화였는데, 너무 무서워서 영화를 보던 이들이 뛰쳐나갔고 1명은 그 자리에서 죽기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대체 얼마나 무섭길래 그랬을까 호기심에 당장 대전으로 내려가 ‘그 영화’를 수소문하기 시작하고, 드디어 그 영화의 제목이 <암전>이라는 사실과 10년 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당장 영화제 사무국에 근무하는 선배를 찾아가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영화가 영화제에서 상영이 취소됐다며 보여줄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된다.
더더욱 궁금해진 박 감독은 인터넷에 ‘암전’의 존재를 아는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리고, 결국 자신이 그 영화의 감독이라고 주장하는 김재현(진선규 분)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재현은 계속해서 그 영화에 관심을 끄라며, 후회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
더더욱 궁금증이 폭발한 미영은 재현의 뒤를 밟고, 한 폐가(廢家)에서 기이하게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알게 된다.
결국 미영은 재현이 ‘암전’을 찍으면서 어떤 일을 겪게 됐는지 알게 되고, 자신 역시 재현과 마찬가지로 여러 안 좋은 일을 겪게 된다.
이 영화를 만든 김진원 감독은 실제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감독으로, 극중 박미영의 모습과 닮았다.
또 귀신, 폐가 등에서 겪는 배우들의 공포감 역시 연기가 아닌 실제 느끼는 공포를 그대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 테이크가 긴 탓에 대역 없이 배우들이 직접 연기를 했기 때문.
그런 까닭에 감독과 배우 모두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이 영화에 투영해 냈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이 영화는 단순한 귀신 이야기가 아닌 욕망에 관한 영화라는 점이다.
8년 동안이나 가장 무서운 공포영화를 만들겠다는 자신의 욕망 때문에 결국 미영은 재현의 충고를 무시한 채 스스로 위험에 빠지면서까지 ‘암전’에 집착한다.
실제 김진원 감독이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쓸 때, 빨리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휩싸여 있던 터라 이러한 부분이 잘 드러났다고 한다.
김 감독은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제 자신을 공포영화에 맞게 고쳤다”고 설명했다.
극중 박미영 감독의 모습과 닮은 점이 바로 이 점이다.
물론 사람이 어느 하나에 ‘미칠 정도’로 꽂히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광기(狂氣)로 나타날 수 있다.
귀신에 꽂힌 박미영은 결국 ‘암전’이라는 영화를 완성해 대중에게 선보이지만, 광기에 사로잡힌 그는 결국 극단적인 결말을 맞는다.
누구나 성공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 <암전>은 오는 1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