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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누군가는 단 하루만이라도 누려보고 싶은…

영화 안나 스틸컷

정보기관에 의해 여성이 프로 킬러로 길러진다는 내용이 뤽 배송 감독의 <니키타>와 닮았다고 생각할 법도 한데,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안나> 역시 뤽 배송 감독의 작품이다.

지난 22일 기자시사회를 개최한 <안나>의 내용은 이렇다.

아버지가 러시아 해군 장군 출신인 안나(사샤 루스 분)는 어려서 일찍이 양친을 잃고 홀로 커왔다.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젊은 여성이 혼자 힘으로 돈을 쉽게 버는 방법은 매춘을 하는 것이다.(물론 매춘을 합리화 하거나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남자들에게 몸을 팔던 그녀는 한 남자를 만나 그곳을 탈출했지만, 마약 중독자인 남자는 매일 같이 안나에게 마약을 강요하고 틈만 나면 그녀의 육체를 탐한다.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한 줄 알았더니, 이곳 역시 지옥이나 다름없다.

그녀는 제발 이 지옥 같은 삶을 끝낼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생각으로 해군에 지원한다.

다음 날, 러시아 정보기관인 KGB의 훈련 요원인 알렉스(루크 에반스 분)가 그녀를 찾아와 KGB에서 일하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솔직히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마약과 섹스를 강요당하는 이 삶 보다는 낫겠다 싶어 흔쾌히 수락한다.

그렇게 그녀는 KGB 리더인 올가(헬렌 미렌 분)를 만나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훈련기간 1년을 포함해 총 5년만 일하면 자유의 몸이 되도록 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자유.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타의에 의해서만 살아오던 그녀가 가장 원하는 것 아니던가.

그녀는 5년 후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열심히 일한다. 그렇게 1년의 훈련기간을 보낸 후, 현장에 투입된 지 1년. 그녀는 무려 27명이나 되는 사람을 죽인다. 왜 죽여야 하는지는 모른 채 단지 조직에서 시켰기에.

그렇게 그녀는 정부에 의해 고용된 상태에서도 자유를 누리지 못한 채 타의에 의한 삶만 살아간다.

KGB는 그녀를 파리에서 모델 활동을 하도록 지시하고, 치밀한 계획에 따라 스카우터의 눈에 띄어 파리에서 모델로 데뷔하는데 성공한다.

이곳에서 그녀는 남들 앞에선 패션모델로 활동하면서, 뒤에선 KGB 소속 킬러로 활동하는 이중생활을 한다.

그녀의 매력적인 외모 때문에 남자들이 꼬일까 싶어 KGB는 그녀에게 동료 모델 모드(레라 아보바 분)와 레즈비언 커플이 되라고 지시한다.

그렇게 그녀는 동성의 애인과 알콩달콩 파리의 생활을 즐기는 촉망받는 신예 모델로 성장해 간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의 자유 의지와 무관하게 조직에 의해 강요받는 삶이라는 것이 그녀에겐 죽을 만큼 싫다.

결국 그녀는 올가에게 1주일만 휴가를 가고 싶다고 말하고, 동성 애인인 모드와 함께 휴가를 떠나지만 KGB는 그곳에서도 그녀를 감시한다.

이 지긋지긋한 삶에서 단 하루만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다면 그녀에겐 더 이상의 소원이 없을 것 같다.

이에 그녀는 자신에게 자유를 주겠다는 약속 하나 때문에 CIA와 손을 잡게 된다.

하지만 KGB에 의해 발각이 되고, 궁지에 몰린 그녀는 대놓고 CIA와 KGB를 상대로 강수를 둔다.

그런 그녀에게 지금 도망가도 6개월 안에 잡힐 것이라고 겁을 주자 그녀는 말한다. 단 하루만이라도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만족한다고.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 살면서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살고 있다. 국내외 그 어디라도 아무 때나 떠날 수 있으며, 그 누구와도 연애할 수 있고, 원치 않는 성행위를 강요받지 않을 권리가 있고, 어떠한 직업이든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러나 같은 민족이지만, 3·8선 북쪽에 사는 우리 동포들은 이동의 자유가 없고, 신분에 따라 연애할 수 있는 상대로 나뉘며, 자신이 원치 않더라도 ‘기쁨조’로 살아야 하고,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직업 역시 신분에 따라 제한된다.

오는 28일 개봉을 앞둔 영화 <안나>는 우리에겐 공기처럼 잘 느끼지 못하며 누리는 ‘자유’가 누군가에겐 목숨을 버리더라도 단 하루만이라도 누리고 싶은 권리라는 점을 깨우쳐 주는 영화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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