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가 29일 밤, 서울 문화비축기지에서 화려한 개막을 했다.
지난해에 이어 문화비축기지에서 개막식을 치렀는데, 오전부터 궂은 날씨 때문에 행여 행사 도중 비가 오지 않을까 싶어 참가자들에게 비옷을 줬으나 다행히 개막식을 마칠 때까지 비 한 방울도 오지 않았다.
이날 개막식 사회는 영화 <화차>의 변영주 감독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김민정이 함께 호흡을 맞췄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시기적으로 늦어졌다는 점이다. 매년 5월을 전후해 진행되는 영화제가 금년엔 8월말에 개막했다. 또 상영관이 신촌 메가박스에서 상암 메가박스로 바뀐 점도 달라진 점이다.
통상 영화제의 장소나 시기가 잘 바뀌지 않는데, 그 점만 봐도 지난해 성인기에 접어든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내부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괜한 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석근 영화진흥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관객들이 얼마냐 즐기느냐가 영화제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아마도 영화제 내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 따위는 신경 쓰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올해의 보이스’로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와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를 공론화 한 ‘정치하는 엄마들’ 등 총 5팀이 선정됐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지적장애 동생을 시설에서 빼 와 같이 살면서 탈시설의 현실과 문제점을 솔직하게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을 연출한 장혜영 감독이 ‘박남옥 상’을 수상했다.
장 감독은 수상소감을 통해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해의 개막작은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로 2014년 실제 발생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영화로, 국가와 종교와 남성의 삼위일체로 구성된 사회 지배시스템과 그 권위에 대한 강력한 도전을 그린 작품이다.
한편, 이날 배우 문성근, 이주실, 정인기, 김민정을 비롯해 변영주 감독, 방송인 이다도시, 이미경 KOICA 이사장, 서지현 검사 등이 ‘퍼플 카펫’을 밟았다.
이번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20+1 벽을 깨는 얼굴들’이라는 솔로건 아래 다음 달 5일까지 상암 메가박스에서 열리며, 31개국 11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