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죽으면 결국 누구나 평등하다
이번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단연 돋보이는 한국영화를 꼽으라면 바로 <종이꽃>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주인공이 안성기와 SES 출신의 배우 유진 그리고 드라마 <거침없이 하이킥>의 김혜성이기 때문이다.
장의사인 윤성길(안성기 분)은 대규모 업체 때문에 일거리도 줄어드는 마당에 교통사고로 병상에 누운 아들 지혁(김혜성 분)은 물론 집세까지 올려 달라는 탓에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에 그는 어쩔 수 없이 큰 업체와 가계약 하고 일을 계속한다.
한편,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키지 않자 화가 난 환경미화원 고은숙(유진 분)은 거칠게 항의하다가 해고를 당해 성길의 앞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새로운 일을 찾던 그녀는 간병인을 못 구해 애를 먹는 성길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돼 자신이 지혁을 간병하겠다고 나선다.
그러나 간병 첫날부터 지혁이 난동을 부리자 그녀는 기절한다.
한편 성길은 무료 국숫집을 운영하던 장한수(정찬우 분) 사장이 갑자기 죽게 되면서 무연고자로 처리돼 장례도 못 치를 처지에 처하자 마음이 쓰인다.
그런 그에게 새로 가계약한 업체는 구청에서 의뢰한대로 처리(화장 후 봉안)하라고 강요한다.
이에 자기들이 장례를 치르겠다며 시체를 갖고 도망간 노숙인들을 찾아간 성길은 그동안 고인의 사연을 들은 후 시신의 부패를 막기 위해 다시 시체를 가지고 온다.
성길은 가계약한 업체에 회사비용으로 장례를 치러 주면 안 될지 묻자, 돈에만 혈안이 된 회사는 절대 불가능하다며 구청에서 요구하는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정식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담당 공무원을 찾아가 보지만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평소 노숙인들에게 무료로 국수도 주고, 이웃들에게 많이 베풀었던 고인이자만 규정을 내세워 노숙인들이 장례를 치러주겠다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는 공무원의 태도를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규정도 사람이 만든 것인데, 가급적 시민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기는커녕 안 된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과연 공무원들이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의문이 들게한다.
한편 지혁의 간병을 맡은 은숙은 자신을 어떻게 대하든 지혁에게 살갑게 대하고, 지혁은 점차 변화되어 간다.
영화는 영세 장의사, 노숙인, 중도장애인,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죽인 여자 등 사회에서 소외받는 계층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참고로 영화의 제목인 ‘종이꽃’은 상여에 매달던 종이꽃에서 따 왔는데, 죽으면 누구나 똑같기에 가난한 사람들도 종이꽃을 만들어서 상여에 매달던 것에서 따왔다.
즉, 이 영화는 죽음 앞에서는 부자이든지 그렇지 않든지 상관없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영화 <종이꽃>은 4일에 이어 5일과 11일에도 상영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