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공론의 장 마련되길
IMF로 어려워진 우리 경제. 이에 당시 정부는 국책은행에 대해 정부 보유 주식을 민간에 판매하는 등 민영화에 나섰다.
2000년대 초반 이런 분위기 속에 많은 은행들이 다른 시중은행과 합병되거나, 외국자본에 팔렸다.
당시 한 은행을 사들인 외국계 자본은 꾸준히 은행 소유 자격을 규정한 법을 위반한 소지로 논란이 됐고, 결국 2011년 국내 다른 시중은행에 해당 은행을 비싼 가격에 매각한 후 한국을 떠났다.
이로 인해 ‘먹튀’ 논란이 일었고, 당시 우리 정부 당국이 제때 매각을 할 수 없도록 했다는 이유로 투자자가 상대국 법령이나 정책 때문에 손해를 본 경우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이른바 ISD를 통해 현재까지 우리 정부와 소송 중이다.
만약 우리 정부가 패소할 경우, 세금으로 5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론스타’에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영화 <부러진 화살>을 통해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선보인 바 있는 정지영 감독이 이번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 논란을 소재로 <블랙머니>를 대중 앞에 내놓았다.
정 감독은 지난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밝히면서도, 실제 어느 은행에 대한 이야기인지는 끝까지 본인 입으로 밝히지 않았다.
또,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소재만 실제이고 영화 속 캐릭터들은 영화적으로 만들어 냈다며 자신은 실존 인물을 알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주변인들에게 조차 자신이 어떤 영화를 준비 중인지 밝히지 않았기에 특별히 외압은 없었다고 밝힌 정 감독은, 그러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외환은행’이나 ‘론스타’ 같은 이름을 거론하는 것을 극도로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였다.
이 영화는 ‘대한은행'(DEB KOREA)을 ‘스타펀드’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대한은행과 금융위원회가 자기자본비율(BIS)을 조작해 금산분리 원칙의 예외조항을 이용해 해외 자본에 70조원 가치의 은행을 헐값인 1.4조원에 팔아 버린 과정을 추적해 간다.
추적 과정에서 스타펀드에 한국인의 자본이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게 되고, 결국 실제로는 1600억원이라는 ‘적은 돈’으로 70조원 가치의 국책은행을 사들였음이 밝혀진다.
이 과정에서 대검 중수부장은 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는 전직 총리와 ‘거래’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최근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영화의 흥행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살로 위장한 채 살해당한 대한은행 여직원(이나라 분)의 ‘폭로’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돼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이 사건에 접근하는 양민혁(조진웅 분) 검사는 자칫 관객들이 어려워 할 수 있는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기 위해 만든 캐릭터다.
더욱이 경제 관련 부서의 검사가 아닌 까닭에 이 사건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관객의 눈높이에서 이를 이해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론스타 사태에 대한 관객들의 공감을 극대화 한다.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 관객들로 하여금 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 정지영 감독의 설명.
굳이 시대를 따지자면 김혜수 주연의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이 영화 보다 앞선 이야기로, 두 영화를 순서대로 보면 조금 더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또 서울대 출신 이하늬가 대한은행의 매각을 추진하는 스타펀드의 법률대리인을 맡아 <극한직업> <열혈사제> 등과 다른 엘리트다운 면모를 선보인다.
그녀는 처음에 양민혁 검사를 도와 이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는 정의로운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사익을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된 국책은행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이미 막대한 손실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한 당시 정부 각료 등에 대해 이제라도 국민의 심판이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영화 <블랙머니>는 다음 달 1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