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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기사한국영화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

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지난 달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김희애 주연의 영화 <윤희에게>가 이달 14일 개봉을 확정 짓고, 5일 기자시사회를 개최했다.

영화 <윤희에게>는 우연히 엄마 윤희(김희애 분)에게 온 편지를 읽고서 그녀의 딸 새봄(김소혜 분)이 엄마의 첫사랑을 찾아 같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내용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아름다운 감성 멜로 영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엄마의 첫 사랑이 같은 여자라는 점이 반전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퀴어 영화’도 아니다.

20여 년 전 너무나 사랑했던 쥰(나카무라 유코 분)과 윤희는 쥰의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쥰이 아버지를 따라서 일본으로 가면서(쥰의 엄마는 한국인, 아빠는 일본인이다)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하게 된다.

그래 원래 학창시절 여자들은 남자들과 달리 동성의 친구를 ‘많이 좋아하기도’ 한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윤희는 쥰을 사랑한다고 ‘커밍아웃’ 했다가 부모에 의해 강제로 정신병원에 다니기도 했다.

그 정도면 우리가 생각하는 동성 친구간의 좋아함을 넘어 진짜로 둘은 사랑하는 감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자신에게 너무 관심이 많은 엄마 보다 무관심한 아빠가 좋아서 아빠를 따라서 일본에 갔다는 쥰의 말이 어느 정도 이해된다.

세월이 흘러 우연히 쥰에게 편지를 받은 윤희는 과거의 감정을 떠올리면서 어쩌면 한국사회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색안경 때문에 쥰이 도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라고 이해한다.

서로가 상대방을 그리워하고, 그래서 가끔 꿈에서라도 만나지만 차마 편지를 보낼 용기조차 없이 지내오다가 우연히 쥰의 방에서 윤희에게 쓴 편지를 발견한 쥰의 고모가 편지를 부치고, 그 편지를 윤희의 딸이 보고 엄마와 함께 쥰이 사는 지역으로 여행을 오면서 결국 둘은 20년 만에 만나게 된다.

그 오랜 세월이 흐르도록 서로를 잊지 못했던 둘이 만났지만, 정작 둘은 얼싸안고 펑펑 울지도 못한 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기쁨의 눈물을 삼킬 뿐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기자시사회 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김희애는 자신은 이 영화를 퀴어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고, 엄마와 딸이 여행을 하는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라고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런 그녀의 말도 이해가 되는 게 이 영화는 동성애를 적극적으로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하얗게 눈 쌓인 일본 오타루 지역의 설경을 스크린 가득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중점을 두지, 동성애는 단지 코드로서 아주 약간 깔아뒀을 뿐이다.

감독 역시 이에 대해 “저와 다른 존재, 멀리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으면 대본을 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영화 속 쥰과 윤희를 특별한 존재라고 인식하지 않도록 대본을 썼다.

그런 까닭에 김희애 역시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본 후 재미있게 술술 소설책 읽듯이 읽어서 이 영화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꼭 동성이든 이성이든 떠나서 다가오는 추운 겨울, 설원을 바라보며 아련한 옛 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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