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자는 죽어 마땅하다?
오는 14일 개봉을 앞둔 독일 영화 <심판>은 차별과 편견에 대한 영화라 할 수 있다.
폭발사고로 인해 카티아는 하루아침에 남편과 아들을 잃고 만다. 누군가 남편의 가게 앞에 사제 폭탄을 설치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
경찰은 그녀의 남편 누리(너맨 아카 분)가 외국인인데다 마약 전과가 있다는 이유로 마약 조직원들 간의 다툼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카티아는 남편이 이젠 마약에서 손을 뗐기에 그럴 리가 없다는 확신에 이를 네오나치주의자들의 소행으로 확신한다.
이에 그녀는 사고 당일 남편의 가게 앞에 어떤 상자가 실린 자전거를 세워둔 채 유유히 떠난 한 여자를 떠올리고 그녀가 범인이라고 생각해 끈질기게 물어 늘어진다.
그리고 드디어 그들 부부를 법정에 세우는데 성공한다. 여러 정황이나 심지어 피고인석에 앉은 여자의 시아버지까지 평소 자신의 아들이 히틀러를 숭배하는 등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증언하지만 결국 재판부는 부부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여러 심증은 분명 그들이 무죄라고 보기 어려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정부로부터 재판 기간 중 구금된데 따른 보상금까지 받고 유유히 여행을 떠난다.
카티아는 그들의 이러한 행각에 더욱 더 분노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들을 심판하기 위해 그들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드디어 어느 한적한 해변가에서 부부와 마주친 카티아는 극단적 방법으로 복수를 감행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독일에서 태어나긴 했으나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감독은 독일 내 ‘이방인’이 얼마나 차별 속에 살아가는지 몸소 느낀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그동안 네오나치주의자들에 의해 희생된 독일 내 다른 민족들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물론 한때 마약에 손을 대 교도소에 다녀온 전과자라고 할지라도, 그리고 독일 국적자가 아닐지라도 그것이 죽음의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과거 보다 더욱 더 인종차별, 성차별 등 소수자를 차별하고 있다. 얼마 전 저유소 인근에서 풍등을 날리다 폭발 사고를 일으켰다며 한 외국인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는데, 만약 그가 외국인이 아니고 한국인이어도 그렇게 대했을까?
풍등 하나에 저유소에 불이 날 정도면 저유소 자체의 안전관리나 설계가 미흡한 것이고, 설령 진짜로 풍등 때문에 불이 났다고 하더라도 그 외국인이 저유소에 들어가고, 풍등을 날릴 때까지 아무도 발견 못했다면 그 역시 보안 담당자를 문책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만약 그가 한국인이거나 혹은 흔히 말하는 ‘선진국 국민’이었어도 똑같이 대했을지 생각하면, 비단 영화에서처럼 독일뿐만 아니라 우리 한국사회에서도 인종차별이 일어나고 있다.
자신 보다 힘이 없는 약자라고 생각되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혹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사회.
분명한 것은 인권은 하늘(혹은 신)로부터 부여 받은 것이기에 그 누구도 차별 받아선 안 된다는 점이다.
물론 키가 작은 사람도 큰 사람도 있을 수 있고, 휠체어를 타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흑인도 백인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러한 것들은 차이(差異)일 뿐이지 그것이 차별(差別)의 요소가 되어선 안 된다.
<심판>은 지루하고, 무거운 영화이지만 분명히 관객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