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의미 생각하게 하는 영화
전편 개봉 후 10년 만에 오리지널 스태프와 배우들로 다시 돌아온 영화 <좀비랜드: 더블 탭>은 좀비들로부터 세상이 멸망한 후 10년이 지났다는 설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세상이 멸망한 가운데 살아남은 텔러해시(우디 해럴슨 분),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 분), 리틀록(아비게일 브레스린 분), 위치타(엠마 스톤 분)는 서로를 의자하며 한 가족처럼 어울려서 산다.
이들의 ‘집’은 다름 아닌 폐허가 되어 버린 백악관. 역대 대통령의 사진이며 유명한 화가의 작품 정도는 대수롭지 않은 듯 아무렇게나 손을 댈 정도로 이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좀비들로부터 생존하는 것 외에는 그 무엇도 중요치 않다.
‘확인 사살’(Double Tap) 등 수십 가지의 생존규칙을 정해 이제껏 살아남은 이들 앞에 바보 좀비인 ‘호머’, 호머의 누나이자 스티븐 호킹만큼 똑똑한 ‘호킹’, 조용하고 잔인한 ‘닌자’ 외에 터미네이터처럼 절대 죽지 않는 ‘T-800’이 등장하면서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위치타와 리틀록 외에는 서로 가족이 아니지만 이제껏 같이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가족처럼 지내지만 아버지도 아니면서 너무 ‘꼰대’처럼 구는 텔러해시에 대한 반항심에 리틀록과 위치타가 가출을 한다.
이에 이 위험한 세상에서 딸 같고, 누나 같은 이들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서고, 우연히 마트에서 만난 메디슨(조이 도이치 분)이라는 여자와 함께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좀비들을 피해 마트 냉장고 안에서 몇 년을 보냈다는 그녀가 영 찜찜하던 차에 차 안에서 갑자기 그녀의 얼굴에 뭔가가 나기 시작하자 좀비로 변하나 싶어 겁을 먹은 이들은 길에다 버리고 계속 여정을 떠난다.
이 영화는 점차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재혼 가정이나 ‘가출팸’ ‘대안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 형태가 늘어나는 지금의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을 식구(食口)라고 부르는 걸 감안할 때, 비록 이들 네 사람은 피는 안 섞였어도 식구라고 부르기에 충분하다.
좀비들로 인해 세상이 멸망한 가운데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보듬어 주는 것이 식구이고 가족이지 그보다 더 어떤 걸 해줘야 과연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울러, 좀비가 소재이긴 하지만 전편과 마찬가지로 B급 감성이 그대로 유지되기에 그리 무서운 영화는 아니다.
좀비를 죽이는 장면이 다소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이 역시 B급 감성을 잘 버무려 차마 눈뜨고 못 볼 정도로 잔인하지도 않다.
여기에 메디슨 역을 맡은 조이 도이치가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리즈 위더스푼을 연상시키는 미워할 수 없는 백치미 철철 흐르는 금발 여성을 연기해 극에 재미를 더한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 <좀비랜드: 더블 탭>은 오는 1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