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의 역습’이 시작되다
현대인들은 하루 종일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다. 스마트폰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해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고, 이메일 확인이나 SNS 확인은 물론, 내비게이션 앱으로 목적지를 찾기도 한다.
물론 음악도 듣고, 궁금한 게 있을 때 찾아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
심지어 요즘에는 집의 TV를 켜거나, 가스를 잠그고, 밥솥을 켜기도 한다. 또 자동차 시동을 켜는 것도 가능하다. 이쯤 되면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과 뗄 수 없는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하이, 젝시> 속 필(아담 드바인 분)의 모습은 결코 과장되지 않은 우리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핸드폰을 새로 바꾸면서 충실한 ‘시리’ 대신 까칠한 ‘젝시’와 만나게 되면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한다.
거침없이 팩트 폭력을 일삼는 젝시는 약관에 동의했다는 이유로 필의 말을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젝시는 필에게 데이트 코칭을 하기도 하고, 그를 대신해 상사에게 승진시켜 달라는 메일도 보낸다.
문제는 사람의 감정을 고스란히 간직한 젝시가 필이 케이트(알렉산드라 쉽 분)라는 여성과 점점 진도를 나가자 질투를 느껴 둘을 갈라놓으려 한다는 것이다.
필의 이메일 계정 비밀번호는 물론 신용카드 번호, 지인 연락처 등 모든 걸 알고 있는 젝시는 필의 의사와 상관없이 두 사람을 갈라놓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 방해한다.
IT 기술의 발달로 오히려 인간이 기계에 의해 삶이 망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는 2017년 개봉한 영화 <모놀리스>와 닮았다.
유용하게 사용하면 한 없이 편리한 스마트폰이 오히려 직장에서 해고되게 하고, 좋아하는 여자와 헤어질 상황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니 이 정도면 ‘기계의 역습’이라 해도 좋다.
<모놀리스> 역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스마트카가 추락사고 후 운전자를 차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오히려 차주(車主)를 더 위험한 상황으로 내몬다.
기계를 만든 것이 사람인데, 오히려 사람이 그 기계에 지배당하는 세상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과연 스마트 기기들이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다.
영화 <하이, 젝시>는 오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