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열면 10대의 고민이 들린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지랄발광 17세>와 결이 같은 것 같으면서 한편으로 ‘지랄맞지 않고’ ‘순한’ 버전의 영화 <16세의 사운드트랙>이 다음 달 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두 영화 모두 10대들의 고민을 다뤘다는 점에서는 결이 같다고 볼 수 있지만, <16세의 사운드트랙> 속 여주인공 메이지(스칼렛 마샬 분)는 ‘온순한’ 성격의 모범생이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자신의 늦둥이 동생의 친구도 무려 3명과 키스를 해 봤다는데 16살이나 먹은 자신이 한 번도 키스를 못해 봤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메이지.
그나마 자신과 같은 처지인 절친을 의지하며 17살이 되기 전에는 키스를 하게 되겠지 희망을 가졌으나 그녀의 절친마저 ‘키스 유경험자’가 되자 그녀는 스스로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꼬맹이도 ‘키스 유경험자’인데 우리 학교에서 ‘키스 무경험자’는 나 혼자인가 싶어 그녀는 스스로를 낙오자처럼 생각하게 된다.
그런 그녀 앞에 스스로가 물리학 천재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성적은 형편없는 벤(제임스 콜로웨이 분)이라는 또래의 남자가 나타난다.
둘은 서로 부족한 공부를 도와주며 가까워지지만 딱 거기까지만 선을 지킨다.
이제 갓 고교생이 된 메이지가 키스에 목숨을 거는 설정이 다소 우리 정서엔 안 맞을 수도 있으나, 영화 속에서 친구들과 진실게임을 하면서 여지껏 한 번도 키스를 못해 본 걸 들킨 뻔한 위기에서 친구들이 오히려 ‘무경험자’임을 눈치 채고 그녀를 따돌리는데 이런 분위기나 정서가 우리나라와 다름을 인정하고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10대들의 성생활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고 일단 친구들보다 뒤쳐졌기에 조급해 한다는 설정만 본다면 충분히 그녀가 키스에 목메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예컨대 우리도 과거 학창시절 친구들보다 2차 성징이 늦거나 하면 걱정하던 것을 떠올리면 같은 맥락에서 메이지의 심정도 이해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또래의 남학생 벤은 자기가 물리학 천재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성적은 나쁜 학생으로, 자칭 물리학 천재가 왜 성적이 안 좋으냐고 주위에서 핀잔을 줄까봐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나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일부러 초대도 안 받은 파티에 가기도 하고, 시험당일엔 그냥 시험을 안 보고 낙제점을 받는 게 나은가 생각하기도 한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할 수도 있으나, 주위의 시선에 한창 예민한 사춘기 소년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리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영국의 옥스퍼드대 출신인 힐러리 세익스피어와 안나 엘리자베스 세익스피어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한 이 영화는 10대들의 고민을 담백하게 그려냈다.
특히 자매 사이인 두 사람은 세계적인 명문대 출신인 까닭인지 자신들처럼 주인공도 반듯한 모범생으로 설정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별로 자극적인 내용이나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소재 때문에 큰 기대를 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10대들의 진솔한 고민을 담백하게 담아낸 영화여서 이를 더 좋게 보는 관객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영화다.
우리나라 정서와는 조금 거리감이 있으나 마음을 열고 본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