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
간혹 히말라야나 에베레스트 같은 높은 산에서 조난을 당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사람들은 흔히 왜 헬기를 띄워서 빨리 구조하지 못할까 생각하지만, 일정 고도에 달하면 기류(氣流) 때문에 헬기가 공중에 떠 있기조차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런 높은 산 정상 부근에서 실종이라도 되면 구조는 물론 시신을 찾기조차 어렵다.
1960년 중국의 원정대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송림(장역 분)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방오주(오경 분)는 ‘인증샷’을 남길 카메라를 포기하고 송림을 구한다.
하지만, 산 정상에서 360도로 촬영한 사진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은 국제적으로 에베레스트 등반 성공을 인정받지 못한다.
말 그대로 죽을 고비를 넘기며 어떻게 오른 산인데 이를 공인받지 못한 것이 늘 가슴에 묵직한 돌처럼 남아있던 방오주는 세월이 흘러 15년 후 등반대 대장 자격으로 다시 한 번 에베레스트로 향한다.
영화 <에베레스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중국영화로, 한마디로 정의하면 중국인들의 애국심과 자긍심 고취를 위해 만든 이른바 ‘국뽕 영화’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이 이 영화를 보더라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15년 전 사고로 다시 등반이 어려워진 송림이 베이스캠프의 총지휘자 자격으로 다시 원정길에 오르고, 방오주는 3년 동안 대원들을 철저히 훈련시켜 에베레스트로 향한다.
여기에 오주의 연인이자 기상학자인 서영(장쯔이 분)이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등반대에게 정확한 일기예보를 전달하기 위해 애쓴다.
대형 스크린에 펼쳐진 설원의 에베레스트는 마냥 아름답지만 않다. 때로는 눈사태가 나기도 하고, 바위가 굴러 떨어지거나 서 있는 곳이 낭떠러지로 떨어지기도 한다.
이쯤 되면 “산이 허락한 자만이 오를 수 있다”는 말이 확 와 닿는다.
이를 위해 주인공 방오주 역을 맡은 오경은 제작진과 함께 해발 5200미터에 달하는 히말라야 산맥에서 실전훈련을 했다는 후문.
이 과정에서 다리를 다쳤으나 자신 때문에 촬영일정에 지장이 생길까봐 부상을 참으면서까지 점프 훈련에 임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중국 정부는 세계적으로 중국이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다고 인정받는데 초점을 둔다. 그래서 베이스캠프 부지휘자는 기상팀장인 서영의 만류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산에 오르라고 등반대를 압박한다.
곧 태풍이 올 거라는 말에, 어차피 태풍이 올 거면 30분 쉬지 말고 태풍 오기 전에 얼른 다음 코스로 이동하라고 말한다.
이는 인명(人命) 보다 국가의 위신을 더 중요시 여기는 태도로, 사회주의 이념을 잘 보여준다.
그런 그가 방오주가 이끄는 원정대가 사고로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후, 사진기자인 이국량의 자원(自願)으로 꾸려진 2차 원정대가 다시 정상을 향해 올라가자 ‘사람이 먼저다’라는 책임감으로 최대한 안전하게 등반하도록 지시하는 태도를 보인다.
사람들이 산에 오르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가장 잘 알려진 격언에 따르면 ‘산이 거기 있어서 올랐을 뿐’이다.
동네 뒷산이 됐든 에베레스트가 됐든 정상에 오르는 것이 대원들의 생명 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다.
산이야 그냥 거기 있어서 오른 것이지 목숨을 걸고 오를 필요까지는 없다. 설령 영화에서처럼 과학조사를 병행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해야 하는 일은 아니다.
중국인들의 ‘국뽕’을 위해 만든 영화임에도, 이 영화가 한국인 관객에게도 감동적인 이유는 바로 목숨을 걸고 끝까지 끈기 있게 도전하는 모습에 있다.
영화 <에베레스트>는 오는 2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