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희망이 생겨
오는 15일 개봉을 앞둔 영화 <반도>가 9일 오후 2시, 용산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개최했다.
영화 <부산행> 이후 4년 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K-좀비’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부산행>과 세계관을 같이 하는 작품이기에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말 관객 1만 명만 넘겨도 흥행작으로 분류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수 백 명의 기자와 평론가, 배급관계자가 몰려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근래 들어 극장에 사람이 넘쳐날 정도로 보기 드문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코로나19 집단 감염 확산이 될 수도 있기에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켜 발열체크와 명부 작성, 좌석 띄어 앉기는 물론 개인별 손소독제 지급과 상영관 내 지정석 이탈금지 및 마스크 필수 착용 등을 시행했다.
그런 까닭에 평소 기자시사회 보다 훨씬 많은 상영관을 대관해 순차 상영을 했다.
티켓을 받는 과정부터 영화를 보기까지 평소 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 가운데, 상영 전 일부 기자들은 “형만한 아우 없다”며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만든 영화 중 후속작이 성공한 경우는 별로 없다며 이렇게 고생시켜 놓고 재미없기만 해 보라며 벼르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역시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을 받을만 했다.
영화는 연상호 감독의 전작 <부산행>의 4년 후를 그렸다. ‘부산행’ 사건으로 단 하루 만에 한반도이남 지역이 초토화 돼 이제는 좀비만 남은 폐허가 되어 버렸다는 설정으로 영화는 전개된다.
살아남은 자들은 국외로 피난을 갔고, 그중 한정석(강동원 분) 대위는 피난선에서 좀비에 물린 조카와 누나(장소연 분)가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홍콩의 갱 두목은 ‘반도’에 금괴와 달러가 엄청나게 많은데 어차피 좀비들에게는 필요도 없으니 그곳에 들어가 달러를 실어둔 트럭을 찾아서 오면 그 중 절반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절반이면 1천만 달러인데 자신을 포함해 4명의 팀원이 나눠 가져도 1인당 한화 30억 원 정도의 큰 액수인 까닭에 그는 결국 이제는 버려진 땅 ‘반도’로 향한다.
인천항을 통해 들어와 트럭이 있다는 서울 목동 오목교 근처로 간 일행은 폐허로 변해버린 그곳에서 아직도 살고 있는 이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약간의 위기를 넘기며 드디어 트럭을 찾아낸 정석 일행. 이제 그대로 이 트럭을 몰고 인천항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들 앞에 과거 ‘살아남은 자들’을 보호하던 631부대원들이 나타나 공격하기 시작하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정석은 딱 봐도 10대 소녀 같은 준이(이레 분)와 학교도 제대로 안 들어갔을 것 같은 유진(이예원 분)의 도움으로 그들의 아지트로 피신한다.
그곳에서 그는 전직 631부대 사단장(권해효 분)과 과거에 피난선을 타러 갈 때 도움을 청했으나 자신이 외면했던 여자 민정(이정현 분)을 만난다.
정석은 돈이 실려 있는 트럭만 되찾아 인천항으로 돌아가면 모두 다같이 홍콩으로 탈출할 수 있다며 그들을 설득하고, 그에게 설득 당한 네 사람은 정석을 도와 631부대에 잠입해 트럭을 되찾아 인천항으로 가자며 결의를 다진다.
이 영화의 재미라면 이미 폐허가 된 도시에서 펼쳐지는 화끈한 자동차 추격신이라 할 수 있다.
어차피 뒤쫓아 오는 건 좀비요, 길가에 서 있는 차들은 폐차나 다름없으니 무조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은 채 차든지 좀비든지 들이받으면 들이받는 대로 그대로 질주만 하기에 무더운 여름 관객들에게 시원한 액션을 선사한다.
이런 시원한 자동차 추격 장면은 IMAX나 4DX로 관람한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연상호 감독은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작인 <부산행>과 달리 이번엔 희망적 결말을 전하고 싶었다며, “어디에 있느냐 보다 누구와 있느냐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또 <부산행>의 좀비를 계승하면서도 당시 콘셉트가 안 맞아 못 썼던 장면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런 장면들을 모두 넣은 점이 <부산행>과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이번에는 좀비 액션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들은 하나 같이 연상호 감독에 대해 정확한 연기지도로 빨리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이정현, 이레, 이예원)거나 막내 스태프나 단역 배우들의 컨디션까지 일일이 챙겨주는(김도윤) 친형이 아닌데 더 친형 같은 존재(김민재)이자 농담처럼 자연스럽게 연기에 대한 영감을 주는(구교환) 존재였기에 연 감독의 확고함을 믿고 그대로 따랐다(권해효 )고 말했다.
물론 기자간담회에서 대놓고 감독에 대해 불평을 할 배우는 없겠지만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연상호 감독 본인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하나하나 잘 챙기고, 정확한 연기지도(directing)로 배우들의 연기를 최대치로 끌어올려주기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감독이 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프로정신과 따뜻한 인간성 그것이 앞으로 한국영화를 이끌어 나갈 감독들에게 요구되어지는 자질이 아닐까 싶다.
그런 그가 만든 <반도>는 비록 좀비들로 인해 나라 전체가 초토화 돼 희망이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그런 곳에서도 서로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하면 남들이 보는 것보다는 그래도 살만한 세상처럼 느껴지지 않겠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밖에 외출도 쉽지 않은 요즘, 이 영화를 통해 “그래도 살만하다”는 희망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