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訪韓)을 추진 중인 가운데, 미국은 LGU+에 중국 화웨이의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일단 우리 외교부는 기업의 문제인 만큼 국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며 LGU+ 측에 공을 떠넘겼다.
한편 미국 에스퍼 국방장관 주한미군 철수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며 주한미군 철수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선진 7개국 모임인 G7에 한국을 초청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때문에 우리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어느 한쪽의 손을 잡으면 다른 쪽은 우리에게 ‘선물’을 주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것이 지금 현재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양국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현실이 아닌 영화에도 그대로 그려진다. 바로 정우성 주연의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다.
남·북·미 정상이 북한 원산에 모여 북·미간 평화협정을 체결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의 희생양이 된다.
미국과 일본은 일본명 ‘센카쿠’에서 합동 훈련을 계획한 가운데, 우리 정부도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
이곳은 중국에서 ‘댜오위다오’라고 부르는 곳으로 현재 일본과 영토분쟁 중인 곳이다.
그런 곳에서 미국과 일본이 합동훈련을 하니 우리나라도 참여하라는 요구는 중국과의 관계 역시 중요한 우리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요구다.
이에 한경재 대통령(정우성 분)은 국방부 장관(안내상 분)에게 시일이 촉박해 이번엔 참여가 힘들겠다고 이야기 하라고 지시한다.
그래서였을까? 별안간 북·미 평화협정이 미뤄지게 된다.
반면 중국정부는 주한 중국대사를 통해 한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결국 한반도에서 전쟁을 완전 종식시키기 위해 우리정부는 어쩔 수 없이 센카쿠에서의 합동 훈련에 참여하겠다고 회신하고, 다시 역사적인 북·미 평화협정의 날짜가 잡힌다.
‘화웨이’나 ‘시진핑 방한’ ‘G7 초청’ 등 몇 가지 요소만 다를 뿐이지 미국과 중국의 갈등 때문에 우리 정부가 전전긍긍하는 상황은 현실과 닮아있다.
영화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은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중 무역 갈등과 한반도의 상황 등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려고 했다며, 전문가들이 한반도에 일어날 수 있는 4가지 시나리오로 전쟁, 협상을 통한 비핵화, 북한의 붕괴, 대한민국의 핵무장을 이야기 하는데 1편과 2편에 나눠서 이 4가지 상황을 시뮬레이션 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1편과 2편의 같은 세계관의 영화이긴 하지만 이어진 영화는 아니라는 게 양 감독의 설명.
이를 강조하기 위해 전편에서 북한군인이었던 정우성이 이번엔 대한민국 대통령 역을 맡았고, 대한민국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이었던 곽도원이 이번엔 북한군인을 연기했다.
어렵게 3국의 대통령이 자리를 한 가운데 평화협정 체결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은 장소와 시간을 두고 심리전을 벌인다.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려 온 평화협정이 또 다시 엎어지나 싶은 참에 그날 밤 갑자기 호위총국장(곽도원 분)과 부하들이 회담장을 쳐들어 와 세 정상(頂上)을 납치해 핵잠수함에 가둔다.
이들은 북한의 강경파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기 위해 평화협정 체결에 반대한다.
비좁은 함장실에 갇힌 3명의 정상은 이곳에서 회담장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이 장면엔 코믹함도 있지만 한편으로 매번 ‘대화’를 요구하면서도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있다.
유연석도 이 장면에 대해 실제 정상회담에서 봤던 장면과 달리 해프닝을 통해 은유적으로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쿠데타 세력’에 반기를 든 군인들의 도움으로 어찌어찌 해서 북·미 정상은 구명보트를 타고 잠수함에서 탈출하지만 우리 대통령은 탈출하지 못하고 남게 된다.
이후 독도 영해에서 중국과 일본까지 끌어들여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그려지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냉철함을 유지하는 한경재 대통령이 슬기롭게 위기를 모면하면서 영화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한반도를 둘러싼 아시아 국가 간의 전쟁을 막은 위대한 영웅으로 그려진다.
과거 미국 대통령이 외계 침공을 막아 지구를 구하고, 자신이 공중납치를 당한 상황에서 일당백으로 테러리스트를 무찌르고 세계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지켜낸다는 류의 영화와 닮았다.
몇 년 전 국내에서 ‘일본기업’으로 낙인찍힌 롯데가 배급을 맡은 ‘국뽕 영화’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이 영화를 통해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에서 아쉬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말 대사가 자막으로 나오는데, 굳이 내뱉는 그대로를 자막으로 쓸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단어가 달라서 그렇지 어차피 같은 한국말을 쓰는데 듣기 자체가 안 될 관객은 없다. 굳이 못 알아 들었을까봐 북한군인들의 대사를 그대로 자막으로 쓸 바엔 자막을 넣지 말든지 혹은 우리식 표현으로 바꿔서 자막을 넣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영어도 아닌 한국어 대사를 자막으로 처리해 영화를 보는 내내 눈에 거슬릴 뿐이다.
다만, 서두에 이야기 했듯이 지금 우리가 처한 정치·외교적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렸을 뿐 아니라 평소 ‘밀리터리 덕후’인 감독의 강점을 살려 최대한 현실에 가까운 핵잠수함 내부 구현 등은 분명 이 영화의 강점이라 할 수 있다.
평소 정치나 외교문제를 잘 모르는 관객도 이 영화를 통해 지금의 상황을 비교적 잘 이해할 수 있는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