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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영화로 태어나다

영화 늙은 부부 이야기 스테이지 무비 스틸컷

지난해 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공연한 연극 <늙은 부부의 이야기>가 ‘영화처럼’ 만들어져 <늙은 부부의 이야기: 스테이지 무비>로 찾아온다.

지난 6일 용산 CGV에서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늙은 부부의 이야기: 스테이지 무비>의 소감을 한 줄로 요약하면 한편의 멋진 공연을 본 기분이다.

그동안 공연실황을 영화로 만든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최근작으로 지난 5월 개봉한 <레미제라블: 뮤지컬 콘서트>를 꼽을 수 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25주년을 맞아 영국에서 열린 ‘뮤지컬 콘서트’ 공연을 촬영해 선보였다.

하지만 <늙은 부부의 이야기: 스테이지 무비>와 <레미제라블: 뮤지컬 콘서트>는 쉽게 말해 장르 자체가 다르다.

<늙은 부부의 이야기: 스테이지 무비>는 연극을 풀버전(Full Version)으로 그대로 보여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적 요소도 가미했다.

예를 들어서 박동만(김명곤 분)이 이점순(차유경 분)의 집에 찾아가는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해 보여준 후, 연극 무대 위에서 동만이 점순의 집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식이다.

또 계절의 변화를 인서트(화면의 특정 동작이나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삽입한 화면)를 통해 표현한다.

그냥 연극만 볼 때보다 더 이해도가 높고, 재미도 배가(倍加) 된다.

게다가 여러 각도에서 촬영을 해 무대 위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모두 볼 수 있다. 예컨대 대문 밖으로 나간 점순과 동만의 모습을 연극을 보는 관객들은 볼 수 없지만, 이번에 영화관에서 <늙은 부부의 이야기: 스테이지 무비>를 보는 관객들은 볼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앵글의 촬영을 위해 3일 동안 촬영이 이뤄졌는데, 실제 관객이 있을 때도 찍고 관객이 없는 상태에서도 찍어서 멋있게 한편의 영화처럼 만들었다.

덕분에 연극 제작비에 맞먹는 영상 제작비가 투입되었다는 게 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의 설명이다.

그동안 영화 <미인> <목포는 항구다> <화려한 휴가> 등의 제작을 해 온 유 사장이 지난해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취임한 후 기존 ‘스테이지 무비’ 사업의 결과물을 보니 퀄리티가 떨어져 1회성 공연의 부가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퀄리티 높은 영상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이번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당장에 가용 예산이 한정적이라 우선 2인극이고, 소극장 공연인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를 선택하게 됐다는 그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영상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 내년에 ‘스테이지 무비’ 제작 예산을 넉넉히 줬으면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특히 여러 편 만들수록 퀄리티가 높아지기에 스튜디오 마련 등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예산의 증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극의 연출을 맡은 위성신 연출가는 연극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호흡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아쉬워했으나,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신태연 감독의 말처럼 연극과 영화 중간지점에서 새로운 장르라고 생각한다면 영화를 통해 연극을 찾는 관객도 늘어날 것이다.

또 그렇게 되면 유 사장의 말처럼 대학로 연극인들에게 영화관 및 IPTV 등에서 발생하는 부가 수익을 돌려주는 선순환 생태계가 형성돼 ‘배고픈 연극인’에게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 하다.

영화 <늙은 부부 이야기: 스테이지 무비>는 전국 CGV를 통해 오는 19일부터 만날 수 있으며, 향후 군부대나 문화소외지역에서도 순회 상영을 할 예정이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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