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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는 소재일 뿐…사회적 약자 다뤄

영화 오! 문희 스틸컷

인구 5만 명에 불과한 충남 금산군을 배경으로 한 영화 <오! 문희>는 어느 날 밤, 치매에 걸린 할머니 오문희(나문희 분)와 손녀 황보미(이진주 분)가 막걸리를 사러 나갔다가 손녀가 뺑소니 사고를 당하면서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내용의 영화다.

하지만 홍보 카피 그대로 ‘농촌 수사극’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영화다.

보미의 사고 목격자라고는 문희와 문희가 키우는 개 앵자 뿐인데, 문희는 치매 환자인 까닭에 기억도 잘 못하기도 하고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 받는다.

그 흔한 CCTV가 있긴 한데 너무 어두워서 도저히 가해차량이 식별이 안 된다.

여기에 경찰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 감시에 투입된 탓에 성의껏 이 사건에 매달리지도 않고, 그럴 정신도 없다.

결국 보험사 직원인 두원(이희준 분)이 딸 보미의 사고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문희와 두원 모자의 아픈 과거가 드러난다.

사실 두원은 어릴 적 이른바 ‘육손’(손가락이 6개)인 탓에 아버지로부터 ‘병신’ 소리를 들으며 학대당했다. 어느 날 밤 아버지가 어린 두원의 손가락을 작두로 잘라버리려 하자 이를 본 문희가 남편을 저지한다.

하지만 아들이 평생 이런 취급을 당하며 사는 게 열불이 나 순간적으로 그녀는 자신이 직접 아들 두원의 손가락 하나를 절단해 버렸다.

물론 곧바로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한 까닭에 지금은 남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문희는 두원이 결혼하자 며느리에게 똑같이 장애아를 출산할까봐 잔소리를 해댔고, 첫째 보미가 아무 문제없이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둘째를 가졌을 때 너무 심한 스트레스를 줘서 결국 며느리가 가출하고 말았다.

사실 문희도 그러려고 한 건 아니고, 보미 엄마가 둘째 아이를 가졌을 당시 치매에 걸려 더더욱 며느리에게 스트레스를 줬던 것이다.

이렇듯 영화 속에는 장애인과 치매노인을 비롯해 결혼이주 여성 등 다양한 소외계층이 등장한다.

결국 두원의 끝없는 추적으로 경기도 오산에 살고 있는 한재숙(김예은 분)이라는 여자가 뺑소니를 쳤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하다가 반전이 등장하면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고발한다.

사실 어쩌면 이 영화는 보미가 뺑소니를 당했다는 것이 초점이 아니라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과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데 초점을 둔 게 아닐까 싶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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