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행복하게 살기 위해 행복을 포기?
이번 제12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아시아 최초로 선 보이는 다큐멘터리 영화 <마을 여인들>은 행복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과거 소련(소비에트 연방공화국)에 속해있던 아르메니아는 인구 3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국가다.
그 중에서도 작은 시골마을 리츠크에는 남자들이 없다. 가장들이 전부 러시아로 돈을 벌러 갔기 때문이다.
남편들이 외지에 돈 벌러 가서 아이들과 여자들만 사는 이 마을의 여인네들은 노래로 외로움을 달래보려 하지만 나무에 빗대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가사에 눈물을 흘리곤 한다.
‘마을 여인들’이란 우리말 제목 보다 ‘여자들의 마을’(village of women)이라는 원제가 더 잘 어울린다.
어떤 여인은 결혼 한 달 만에 남편과 헤어진 까닭에 반년 만에 전화를 걸어 온 남편에게 이젠 얼굴도 잊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남자 입장에서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여자 입장에선 결혼을 했다 뿐이지 여전히 홀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라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
부모에 의해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얼떨결에 결혼해 오랜기간 남편과 떨어져 살다보면 간만에 남편을 만나도 반갑기 보다는 낯설다.
과연 이 마을의 여자들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결혼한 것일까?
이런 상황이 자괴감에 빠지게 했는지 한 여인은 “여기는 나라가 아니”라고 말한다.
마을에 남은 나이 든 할아버지들은 차라리 (공산주의 국가였던) 옛 소련 시절이 더 살기 좋았다며 신세한탄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는 난방이며 전기며 모든 것이 무료였지만, 지금은 쥐꼬리만큼 나오는 연금으론 생활이 힘들어 아들들이 러시아에 가서 일한 돈을 부쳐줘야 먹고 살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 아들 얼굴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남자들은 타지에서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은 형편없이 살면서 열심히 돈을 벌어 집에 부치는데 그걸 몰라주는 아내에게 섭섭해 한다.
나라의 면적도 작고, 인구도 적어 돈 벌이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은 알겠으나, 가족과 본인의 행복을 위해 러시아로 돈을 벌기 위해 감으로써 자신은 물론 가족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 상황이 아이러니 하다.
이 작품을 통해 과연 행복한 삶은 뭘까 고민해 보기 바란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