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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유를 잃은 사람들

영화 언힌지드 스틸컷

남자의 시점
솔직히 직장에선 해고되고, 아내에게는 이혼을 당해서 신호가 바뀌어도 넋을 놓고 있던 건 사실이다. 그래도 그렇지 뒤차가 ‘빵 빠 방’도 아니고 ‘빵~~~~~’ 경적을 울려서 기분이 상했다.

그래서 나를 추월해서 지나가는 여자를 쫓아가 경적을 울리는 것도 매너가 있는 법인데 사과하라니 무시하고 그냥 가 버린다.

오늘 새벽부터 참 힘든 하루였는데 월요일 아침부터 기분이 확 상해 쫓아갔다. 그랬더니 겁을 먹었는지 여자가 그대로 도망친다.

그러다 우연히 주유소에서 다시 마주쳤고,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 상태라 끝까지 그녀를 쫓아갔다. 가뜩이나 오늘 누구하나 걸리기만 해 봐라 싶은 심정인데 잘 됐다.

여자의 시점
월요일 아침부터 차가 꽉 막혀 아이는 지각이 뻔하고, 나는 직장에서 잘릴 처지다. 애는 오늘도 늦으면 방과 후에 학교에 남아서 선생님과 면담을 해야 한다는데 아 진짜 속이 탄다.

그런데 앞차가 신호가 바뀌어도 가질 않는다. 진짜 이 바쁜 월요일 아침부터 운전을 이따위로 하는 게 속이 터져 경적 좀 울렸다. 경적소리에 제대로 정신 차리고 얼른 가라고 조금 길게 누른 건 사실이다.

그랬더니 이 남자가 쫓아와서 아이에게 엄마가 에티켓이 있네 없네 그러더니, 이젠 나더러 사과까지 하란다.

참 기가 막혀서 상종도 하지 않고 얼른 아이 학교로 향하는데 계속 쫓아온다. 이게 말로만 듣던 보복운전인가 싶어 겁이 난다.

가까스로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주유를 하러 갔더니 이런 또 그 놈이 거기에 있다.

진짜 오늘 일진이 왜 이런가 싶어 주유소의 다른 손님의 도움을 받아 얼른 길을 떠나는데, 이런 이번엔 휴대전화가 없어졌다. 휴대전화가 있어야 신고를 하든 말든 할 텐데 말이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저 남자 이상한 남자 같더니 이젠 진짜 두렵기까지 하다.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영화 <언힌지드>는 보복운전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러셀 크로우가 보복운전자로 나온다.

좀비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남자가 여자에게 총질을 해대는 것도 아닌데 무섭다.

보복운전 여부를 떠나 내 차 뒤에 다른 차가 따라오는 것 자체가 이상하거나 무서운 일은 아니지만, 거구의 남자가 사과를 요구하며 계속 쫓아오니 그래서 무섭다.

대체 어디까지 쫓아올지, 쫓아오다가 끝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가 없다.

뉴스에선 종종 보복운전을 당해 피해자가 어떻게 되었다느니 보도하는 까닭에 공포는 극대화 된다. 이른바 ‘생활공포’를 소재로 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에서 꼭 누가 잘못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도로 위에서도 에티켓이 있는데 상대를 기분 상하게 한 여자도, 그렇다고 복수하겠다고 쫓아가는 남자도 모두 잘못이 있어 보인다.

그냥 “제가 좀 급해서 그랬는데, 기분 상했다면 죄송해요” 말 한마디면 끝났을 텐데, 그리고 설령 진심어린 사과를 못 받았어도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냐’ 생각하고 그냥 갈 길을 갔으면 됐을 텐데 둘 다 마음의 여유가 없던 탓에 서로 너그럽지 못했다.

여자는 여자대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상황에서 애는 학교 가서 혼난다지, 나는 일자리를 잃게 생겼지 마음의 여유가 있을 리 없다.

남자도 회사에서 잘렸지, 아내랑은 이혼했지 살아가는 이유가 없어진 것 같아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래서 두 사람은 사소해 보이는 일 때문에 분노하게 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 10초도 안 돼 부팅되는 컴퓨터와 터치만 하면 바로 실행되는 스마트폰 앱, 틀면 바로 나오는 TV 등 모든 것들이 우리의 생활을 ‘빨리 빨리’에 익숙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느린 것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겼다.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20분 정도 기다리라고 하면 그냥 다른 식당에 가고, 누군가 대화할 때 서론이 길면 말을 자르기 일쑤다.

게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주머니 사정까지 안 좋아지다 보니 마음의 여유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 지금 내가 누구를 배려하고 그럴 때가 아니다.

그렇다보니 신호가 바뀌고 1초 만에 앞차가 출발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경적을 울려댄다. 차가 떠나기 전까지 계속 누른다.

원래 신호가 바뀌어도 돌발 상황이 있을 수 있어 곧바로 떠나는 것은 지양(止揚)해야 한다. 꼭 넋을 놓고 있거나 핸드폰을 보는 등 딴짓을 해서가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떠나려는데 뒤에서 경적을 울려대면 앞차 운전자도 마음의 평안이 깨진다.

지금은 누구나 다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어려운 시기다. 이럴 때 일수록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야 한다.

설령 앞차가 곧바로 떠나지 않아도 무슨 사정이 있나 걱정해 주고, 식당에 손님이 많으면 이런 상황에서 장사가 잘 되니 다행이다 응원해 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럴 때만이 우리 모두가 웃음을 되찾게 될 것이다.

참고로 영화 제목인 언힌지드(unhinged)는 ‘불안정한’ ‘혼란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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