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천재 디자이너의 세계
패션계의 마지막 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세계를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마르지엘라>가 오는 30일 개봉한다.
시대의 아이콘이자 천재인 마르지엘라는 기존 패션의 의문을 제기하며, 옷의 구성과 형식을 파괴한 해체주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독창적인 생각으로 만들어진 그의 의상들은 거대한 패션의 새로운 흐름을 창조했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는 마르지엘라의 라벨은 4개의 스티치로 고정되어 있어, 얼핏 보면 등뒤에 실밥이 덜 제거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나타내는 시그니처로 마르지엘라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하이엔드 패션에서 빈티지 의상을 사용해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했으며,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단순하면서 영원히 존재하는 독보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그의 작품들은 지금 보아도 전혀 뒤쳐지지 않고 아직도 가지고 싶은 옷으로 꼽힌다.
그의 패션쇼도 매우 인상적으로 모델들이 얼굴을 베일로 가리고 등장해 충격을 주었으며, 옷에만 집중할 수 있는 놀라운 효과를 주었다. 가발로 얼굴을 모두 가리는 등 독특한 퍼포먼스는 패션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왔다. 그로테스크한 것들도 그의 손에서 유니크하게 변하고,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가장 독창적이며 대체 불가능한 패션 디자이너 마르탱 마르지엘라는 30여년간 한 번도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신비주의가 컨셉이냐는 말도 있었지만, 은퇴할 때까지 자신을 노출하지 않으며 디자이너의 가치관임을 증명했다.
그는 2008년,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 20주년 기념쇼를 마지막으로 퍠션계를 은퇴했다.
유니크하다는 말이 그를 위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풍부하고 다채로운 상상력에 기반한 독창적인 스타일은 지금도 우리 가슴을 떨리게 한다.
다큐멘터리 <마르지엘라>에서 패션쇼, 작품, 그의 인생까지 모든 것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인터뷰는 들을 수 있으나 그의 얼굴은 다큐멘터리에서도 볼 수 없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