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지만…
소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에 남부러울 것 없이 사는 리애(전소민 분). 하지만 그녀는 남모를 고충이 있었으니 아무리 노력해도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릴 실력이 안 된다는 것.
시한부 인생인 그녀를 위해 그녀의 엄마는 딸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이름을 남길 수 있도록 멋진 전시회를 열어주려 하지만 리애의 실력이 영 형편없어 리애를 압박한다.
그러던 어느 날 리애는 거리에서 한 화가를 만난다. 그는 거리에서 노숙하면서 재료값도 안 되어 보이는 단돈 5천원에 그림을 판다.
하지만 그의 그림 실력을 대번에 알아본 리애는 그에게 제대로 된 작품 가격을 주고 그림을 한 점 사온다.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차라리 이 화가에게 대작(代作)을 시키면 어떨까 싶어 다음 날 그를 다시 찾아간다.
그녀는 총 20점의 그림을 그리면 무려 1억 원이나 주겠다며 그를 자신의 별장에 데리고 와 몇날 며칠이고 그림을 그리게 한다.
모철우(최정원 분)라는 이 화가와 처음엔 모든 것이 잘 안 맞았으나 며칠 동안 함께하다 보니 점점 익숙해진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로 왜 서로에게 익숙했는지 둘 사이의 과거가 밝혀진다.
영화 <나의 이름>은 ‘이름’을 소재로 한 영화다. 사람은 누구나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한다. 오죽하면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누군가 내가 죽은 후에도 나를 기억해 준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일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죽은 지 수 백 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그의 이름을 기억한다.
그래서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족적을 남기기 위해 노력한다. 누구는 대통령에 도전하고, 누구는 명곡을 작곡하기 위해 애쓰고, 누구는 아름다운 시 한 편을 짓기 위해 평생을 바치기도 한다.
이런 재능이 없는 사람 중에 간혹 잘못된 판단을 해 ‘희대의 살인마’가 되는 길을 택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자신의 이름을 후대에 남길 수는 없다. 또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리애의 엄마는 잘못된 욕망에 휩싸여 자기 딸의 이름을 어떻게든 후대에 남겨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리애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자신의 재능이 없으면 포기하거나 혹은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될 일이지 돈을 주고 ‘유령 작가’를 산다.
대부분을 돈으로 살 수는 있지만,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는 없다. 재능도 마찬가지다. 남에게 돈을 준다고 그의 재능을 살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가에서 태어난 리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
인간의 잘못된 욕망이 돈과 결합하면 어떤 잘못된 결과를 불러오는지 이 영화는 잘 보여준다.
물론 영화의 결말은 조금 다르게 끝맺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겠다는 인간의 욕망은 그대로다.
TV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의 전소민과 가수 출신 배우 최정원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 <나의 이름>은 오는 1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