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정체성 잃은 남자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베트남은 미국에 의해 남북으로 나뉘게 됐고, 이에 호찌민이 이끄는 북쪽지역의 지지로 베트콩(베트남 민족해방전선)들이 친미성향의 남쪽지역 정부와 싸움을 벌였다.
이로 인해 우리가 잘 아는 ‘월남전’이 발발했고, 결국 1975년 남베트남이 항복함으로써 전쟁이 끝나게 됐다.
영화 <나의 인생여행>은 베트남이 남북으로 나뉘어진 당시 남쪽지역 관리(官吏) 밑에서 일하다 베트남 통일 이후 역적으로 몰려 어쩔 수 없이 온 가족이 영국으로 가게 된 키트의 가족이 다시 베트남에 돌아오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6살 때 베트남을 떠난 키트는 30년 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예전의 기억은 거의 없다. 그는 누가 봐도 베트남 사람처럼 생겼지만 베트남어보다 영어가 더 편하고, 베트남에 대한 추억도 없다.
이에 그는 베트남 곳곳을 ‘관광’하면서 옛 기억을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엄마의 유골을 가지고 고향으로 온 키트는 1주일 후 형이 아빠의 유골을 갖고 올 때까지 유골을 어디에 묻을지 고민하다 부모의 고향인 하노이로 향한다.
무려 38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도착한 하노이는 예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지만, 솔직히 이곳에 부모의 유골을 묻는 게 좋을지 말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영화 <나의 인생여행>은 주인공 키트와 같은 경험이 있는 홍 카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그 어디에서도 이방인처럼 살아가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그렇게 살게 된 이유가 전쟁으로 인한 것이어서 더 안타깝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헨리 골딩이 성 정체성과 민족적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키트 역을 연기한 <나의 인생여행>은 오는 1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