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가족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가 오는 23일 스트리밍을 앞두고 9일 국내 극장에서 먼저 선보였다.
2049년 2월, ‘사건’ 3주 후 바르보 천문대에 홀로 남은 어거스틴(조지 클루니 분)은 K-23 행성에서 2년 동안 탐사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 중인 에테르호와 교신을 기다린다.
그 ‘사건’ 이후 3주째 어느 곳과도 교신이 끊긴 상태라 그 어느 때보다 교신이 절실하다. 그렇기에 모두가 이곳을 떠나도 혼자 남아 24시간 무전을 기다리는 어거스틴.
그런 그는 이 공간에 자신만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의 딸과 이름이 똑같은 아이리스라는 한 소녀를 발견하고 그는 젊은 시절 딸에게 제대로 아빠 노릇을 해 주지 못한 걸 갚으려는 듯 소녀를 지극 정성으로 돌본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드디어 에테르호와 교신에 성공하지만 기쁨도 잠시 다시 교신이 끊긴다.
지금 같아선 지구로 안 오는 게 훨씬 나은 선택 같은데 이 얘기를 해주지 못했다. 지구에 남은 우리야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아직 우주에 있는 이들이라도 종말을 맞이한 지구로 오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는 아이리스를 데리고 눈보라를 헤치며 하젠 호수 기상관측소로 먼 여정을 떠난다.
한편 에테르호의 대원들은 레이더를 고치다 1명이 목숨을 잃고, 통신장치와 레이더를 고쳐 확인한 지구의 모습을 본 후 과연 지구로 돌아가는 게 맞는지를 두고 논의한다.
하지만 지구에 가족이 남아있는 샌체스와 미첼은 위험을 무릅쓰고 지구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조지 클루니가 주연과 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우주’와 ‘지구멸망’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가족애’를 그린 작품이다.
다른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 우주는 미지의 공간이자 그래서 인간이 두려움을 갖고 있는 공간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지구 말고 또 다른 행성 중에 인간이 살만한 곳이 있는지 아직 모른다는 설정이다.
목성의 위성(satellite)에 사람이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주는 증거가 발견되긴 했으나 아직 확실하진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레이더를 고치던 에테르호 대원 1명은 ‘우주 쓰레기’에 맞아 죽는다.
이를 통해 영화는 여전히 우주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공간이자, 그래서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모르는 두려운 공간으로 그려진다.
여기에 더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지구는 멸망의 위기에 처한다. 에테르호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아는 푸른빛의 아름다운 지구가 아니라, 불타는 듯한 지구의 모습이다.
영화에서 딱히 그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아마도 우리 인간들이 환경을 무분별하게 훼손해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여러 이유로 지구가 이렇게 망가진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에 남겨진 가족들과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고자 일부 대원들은 기어코 지구로 귀환한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우주에서 탐사 업무를 할 정도라면 과학적 지식이나 체력 등에 있어서 모든 조건이 좋은 사람일 것이다. 비록 몇 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이라도 살아남아야 지구를 멸망에서 구하든 다른 대체 행성을 찾아 인류의 번식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샌체스와 미첼은 끝내 지구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가는 도중에 잘못될 수도 있고, 설령 무사히 도착해도 곧 잘못될 수도 있고, 아니면 이미 가족들이 이미 세상을 떠난 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래도 마지막 순간을 가족과 함께하겠다는 일념 혹은 이런 가능성은 익히 알지만 그래도 돌아가면 가족과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다는 단 1%의 희망을 안고 지구로 떠난다.
여기에 더해 어거스틴은 아이리스라는 소녀를 통해 과거 자신이 젊은 시절 아내와 딸에게 소홀한 채 연구에만 매진한 것을 떠올려 자신의 딸과 이름이 같은 이 소녀에게 최선을 다한다.
어거스틴의 연구 덕분에 2049년의 우주에 대한 학문의 수준이 꽤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젊은 시절 가족을 내팽개치고 연구에만 매진한 것을 후회한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연구도 좋고, 인류가 살 수 있는 또 다른 행성을 발견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싶은 듯하다.
그동안의 다른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들에 비해 많이 잔잔한 편이지만, 나름대로 메시지가 분명해 볼만한 영화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