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어서 지루한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운디네>는 신화 속 운디네에 대한 이야기를 모르고 보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다.
신화 속 운디네는 인간의 모습을 한 물의 정령(精靈)으로 사람과 결혼하면 죽지 않고 영생하지만, 만약 남편이 재혼하면 운디네는 죽게 된다. 또 결혼 후 물과 접촉하면 다시 물로 돌아가야 한다.
이후 세월이 흐르며 운디네 신화에 대한 여러 작품이 만들어졌고, 감독은 페터 폰 마트의 「낭만주의적 배반」을 토대로 영화해 했다.
신화 속 운디네는 자신을 배반한 남자를 죽이지만, 영화에선 죽이지 않는 것으로 표현한다. 이는 다시는 저주의 세계로 돌아가지 않길 바라는 운디네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는 게 이 영화를 연출한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설명이다.
영화 속 운디네(폴라 비어 분)는 도시역사학자로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도시에 대한 설명을 하는 일을 한다.
그녀는 자신의 일터 바로 앞에 위치한 카페에서 요하네스(제이콥 맛쉔즈 분)에게 자신을 떠나면 죽일 수밖에 없다며 일을 마치고 올 때까지 여기 있다가 자신이 돌아오면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시킨다.
하지만 그녀가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이미 요하네스는 떠나고 없음을 알게 된다.
그 시각 카페 안에서 요하네스를 찾던 운디네의 귀에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남자를 쳐다보고, 신화 속에서와 같이 자신의 이름을 부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때 갑자기 카페 안에 있던 수족관이 깨지며 두 사람은 같이 쓰러진다.
이 일로 크리스토프(프란츠 로고스키 분)와 운디네는 가까워진다. 산업잠수부인 크리스토프와 함께 잠수를 즐기기도 하고, 잠자리도 갖는 깊은 사이로 발전한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토프는 여느 때처럼 물속에서 일하다가 산소 공급이 12분 동안이나 중단돼 뇌사에 빠진다.
운디네는 분명히 어젯밤에 둘이 통화 한 기억이 생생한데, 어제 낮부터 뇌사에 빠졌다는 말을 듣고 혼란스럽다.
얼마 후 오랜 잠에서 깨어난 크리스토프는 곧바로 운디네를 찾아 나서고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그녀의 흔적을 찾을 길이 없다.
직장 동료가 그녀를 기억하는 걸 봐서는 망상은 아니고 분명히 실존하는 사람인데, 몇 달째 그녀의 행방을 아는 이가 하나도 없다.
그렇게 2년의 세월이 흘러 크리스토프는 다른 여자와 결혼해 아이의 출산을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산업잠수부 일을 제안받은 그는 용접을 위해 호수 아래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는 운디네와 재회하고 뭍에 나와 조금 전 촬영한 영상을 돌려보니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는 물의 정령 운디네를 모티브로 한 까닭에 물이 주요 소재로 활용된다. 수중 촬영은 감독과 배우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할치 못한데다 사전 준비할 시간도 거의 없어서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고. 이에 감독은 아예 수중촬영을 초반에 진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물만큼이나 자주 등장하는 것이 바로 운디네가 베를린이라는 도시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다.
습지 위에 건설된 베를린에 대해 감독은 운디네가 관람객들에게 설명할 때 거대한 모형을 통해 보여준다. 이에 대해 감독은 “습지의 물이 빠져나가면서 그 모든 신화와 전설들이 진흙 속에 남아있다가 천천히 증발하는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며 “베를린의 파괴된 과거와 더불어 아직 진흙 속에 남아있는 설화와 전설들이 운디네 이야기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가 잘 모르는 신화와 상당히 깊이 있는 베를린에 대한 디테일한 이야기가 영화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게 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