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범죄를 부추기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보석 강도단인 ‘핑크 팬더’ 조직원들과 비밀리에 인터뷰를 한 다큐멘터리 영화 <스매시 앤 그랩: 보석강도단 핑크 팬더>는 왜 그들이 보석강도단이 되었는지를 되돌아보는 작품이다.
인터뷰와 CCTV 영상은 모두 ‘진짜’ 자료이지만, 신원보호를 위해 일부 애니메이션이 사용됐다.
핑크 팬더는 세계 각국에서 200명 정도가 활동 중이며, 국가별로 독립적으로 활동 중인 조직으로 이들은 마약이나 섹스, 살인은 하지 않은 채 보석만 훔친다.
옛 유고슬라비아(지금의 세르비아) 출신들이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스위스 제네바에서만 3억불의 보석을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들은 바레인, 일본, 두바이까지 활동 반경을 넓혀 활동 중이다.
마이크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조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조직원들은 보스가 누군지 누가 일을 시키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하며 보석가게 정탐과 어떻게 털지 계획을 세우는 일은 각 조직에 딱 1명뿐인 여성 조직원이 맡는다고 한다.
여성 조직원은 미리 보석상에 가서 정탐을 해야 하는 까닭에 늘 명품을 휘감고 다니며, 전용 운전기사를 대동한다. 또 어디에 금고가 있는지 동선을 어떻게 할지 계획을 짜야해 머리도 좋아야하고, 예쁘기까지 해야 해서 까다롭게 선발한다고 한다.
실제 렐라라는 이름의 여성 조직원은 한 보석상을 털기 위해 그 옆에 위치한 기념품 가게에 취업까지 했다.
보석가게 사장이 언제 밥을 먹는지, 언제 문을 닫는지 그리고 기념품 가게에 벽을 뚫어 보석상으로 침투하기 위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상당히 매력적인 렐라의 모습에 반한 기념품 가게 사장은 행여 자신이 어떻게 한 번 해 볼 기회가 있을까 싶어 대번에 그녀를 고용했다고. 이에 대해 렐라는 자신이 유혹한 것도 아니고 혼자 기대에 차 채용한 것이기에 별로 죄책감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핑크 팬더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1980년 ‘종신 대통령’이었던 요시프 티토가 사망하자 유고슬라비아는 혼란에 빠졌고, 내전이 일어났다.
핑크 팬더는 이때 조직되었는데, 유고슬라비아 정부는 (가뜩이나 혼란스러운데 범죄자까지 판을 치면 골치 아파서) 범죄자들을 쫓아내기 위해 위조여권을 주고 해외로 출국시켰다.
이렇게 위조여권으로 유고슬라비아를 떠난 범죄자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유고슬라비아로 돌아가면 정치인의 비호 아래 절대 잡힐 일이 없었다.
미스터 그린이라는 이름의 한 조직원은 세르비아 보안국 인맥을 쌓기 위해 특수부대에 입대하기도 했다.
어쩌면 핑크 팬더는 어지러운 사회체제 속에서 국가에 의해 만들어진 범죄조직이 아닐까 싶다.
실제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몇 몇 시민들은 핑크 팬더가 외국에서 보석을 훔쳐 자국으로 가지고 온다면야 그들은 ‘로빈후드’처럼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내전 때문에 혼란스러운 자국의 상황 때문에 범죄자들을 해외로 나가도록 도와주고,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돌아오면 비호(庇護) 해 주다니 말이 안 된다. 어쩌면 핑크 팬더는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싶다.
이에 렐라는 신은 자비로우니 용서해 줄 거라며 회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비록 자신이 잘못하긴 했으나 그 일이 좋아서 한 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녀는 잡히기 않기 위해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를 줘야 하는 삶이 자신을 잃어가는 것처럼 느껴져 그 부분은 싫다고 말한다.
<스매시 앤 그랩: 보석강도단 핑크 팬더>는 당초 이달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내년 상반기로 개봉을 미뤘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