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가족의 형태 보여줘
온라인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오늘, 우리2>는 4편의 짧은 영화를 모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첫 번째 작품 <낙과>는 나이가 많아 마트 아르바이트조차 관두게 된 아버지와 30살의 취준생 아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혼하고 아들 도진(박세준 분)과 단 둘이 사는 종환(기주봉 분)은 어느 날 전처(홍윤희 분)와 같이 살고 있는 딸(김정미 분)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아들을 통해 듣게 된다.
이런 얘기조차 직접 듣지 못하고 아들을 통해 듣게 된 것도 서글픈데, 딸이 결혼 전에 새 아빠의 성씨로 개명하려 한다는 소식까지 들으니 착잡하다.
아마도 결혼식 당일 왜 혼주와 신부의 성이 다르냐는 수군거림을 듣기 싫어서였으리라 짐작해 볼 뿐 구체적인 이유는 영화에 안 나온다.
요즘은 기존에 보편적이었던 ‘4인 가족’에서 탈피해 1인 가구나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 혹은 유학이나 일 때문에 ‘기러기 생활’을 하는 별거 가정, 이혼 가정, 재혼 가정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보편화 되어 있다.
그렇기에 왜 혼주와 신부의 성씨가 다른지를 궁금해 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것이지만, 여전히 ‘정상적인 가족’이라는 틀 안에 가두고 “저 집은 문제가 있는 집인가 보다”고 말하는 것이 현실이기에 종환의 딸 입장도 이해가 된다.
두 번째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는 지혜(신지이 분), 지훈(함상훈 분), 지윤(손정윤 분) 세 남매가 성인이 돼 어릴 적 살던 고향집에 모여 김장을 하면서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어린 시절 가난해서 엄마랑 넷이 단칸방에서 지냈지만 이제는 그것조차 추억으로 남아있을 정도로 시간이 오래 흘렀다.
이들의 엄마는 혼자 훌쩍 아프리카로 떠났다. 정확히 언제 떠났는지는 모르지만 어제, 오늘 떠난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
지혜, 지훈, 지윤 세 남매는 부모 없이(아버지의 존재에 대해선 아예 언급도 없고, 어릴 적 엄마랑 넷이 살았다는 대사가 나오는 걸로 보아 아버지는 없는 듯하다) 살아왔다. 부모가 없는 고아는 아니지만, 부모의 보살핌 없이 스스로 고아처럼 살아왔다.
그런 차원에서 이 작품 역시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세 번째 작품인 <갓건담> 속 준섭(김현목 분)의 부모는 이혼했다. 엄마랑 같이 살고 있는 그는 다음 주에 부모님을 모시고 학교에 가야 하는데, 엄마가 시간이 안 되니 아빠(이상은 분)가 같이 갈 수 있냐고 묻는다.
그의 아빠는 그러겠다고 하고, 준섭은 아빠에게 꽁지머리를 자르면 안 되겠냐고 말한다.
머리만 자르면 교도소에 가는 징크스가 있는 준섭의 아빠는 머리를 자르기 싫어하지만, 결국 아들을 위해 머리를 자르기로 한다.
그때 준섭은 아빠의 동거녀 옥슬(차미정 분)과 마주치고, 아빠에게 애인이 있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 한다.
이 작품 속 준섭의 아빠는 사실 잘못한 것은 없다. 이혼했는데 여자친구를 사귈 수도 있고, 동거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마도 준섭은 마음의 준비가 안 된 듯하다. 준섭에게 엄마, 아빠는 1명뿐이다. 아빠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다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옥슬에게 새엄마라고 부르라고 한 것도 아니지만, 그는 ‘아빠의 여자’를 인정하지 못한다.
2019년 한해 이혼한 사람이 11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이런 상황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끝으로 <무중력>은 시각장애인 엄마((한태경 분)와 아들(최윤우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초반 검은 화면에 목소리만 나와 기술적 문제인가 싶지만, 곧이어 앞이 보이지 않는 엄마의 시점을 표현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 작품 속 엄마는 영어교사다. 그리고 둘째를 임신한 상태다. 자칫 장애인은 무능력한 존재로 인식할 수 있으나 이 작품에선 그렇게 표현되지 않는다.
비록 앞이 보이지 않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아들 민수에게 동화책도 잘 읽어주는 그런 엄마다.
또 여성장애인이 보통 무성적 존재로 인식되는 현실과 달리 둘째를 임신할 정도로 남편과의 성생활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
실제로 장애인들도 결혼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장애인이 부모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엄연히 장애인이 부모인 가정이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그래 어떤 가정은 자녀나 부모가 장애인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부모가 이혼한 가정,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가정, 장애인 가정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는 영화 <오늘, 우리2>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