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가정의 문제 가볍게 터치
부모는 방글라데시에서 이민 왔으나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자란 파임(파임 부이안 분). 올해 22살인 그는 ‘문스타 스튜디오’라는 밴드에서 활동하면서 돈벌이를 위해 낮엔 박물관에서 경비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그는 공연을 위해 클럽을 찾았다가 관객 중에 한 여자에게 꽂혀 말을 건다. 아지아 블루(카를로타 안토넬리 분)라는 이름은 이 여성이 다음 날 SNS로 연락해 와 만난다.
그녀는 대뜸 파임에게 자기 집으로 가자고 한다. 무슬림이라 술도, 담배도, 성관계도 금지된 까닭에 ‘모태솔로’인 파임은 이게 말로만 듣던 ‘그린라이트’인가 싶어 긴장한 채 그녀의 집에 간다.
그랬더니 웬걸. 집에 아지아의 아빠가 떡하니 있는 것 아닌가! 더 기막힌 것은 아지아도 그녀의 아빠도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 신경도 안 쓴다는 것.
아, 그렇구나. 진짜로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집에 데리고 온 게 아니구나 싶어 그녀의 방에 따라 들어가고, 둘은 노트북으로 영화를 같이 본다.
영화가 거의 다 끝나갈 즈음 아지아가 파임의 머리를 한 번 만졌더니, 파임은 이를 자신과 잠자리를 가지려는 신호로 생각해 기겁한 채 달아난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다음 날 다시 만나고, ‘무려’ 키스를 하게 된다. 그러나 파임은 곧 키스를 한 것에 죄책감을 느껴 아지아를 피하고, 아지아는 박물관으로 찾아와 내일 자기 집에서 점심이나 먹자고 말한다.
이튿날 아지아의 집으로 가자 아지아의 아빠와, 지금은 이혼하고 ‘여자친구’랑 같이 사는 엄마와, 엄마의 여자친구가 파임을 맞아준다.
식사 자리에서 아지아의 아빠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파임이 18살이 되어서야 이탈리아 국적을 취득한 것은 인권의 문제라며 이탈리아 정부를 비난한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부모를 뒀고, 무슬림에 흑인이기도 한 자신을 생각해 주는 것이 고맙긴 한데 이 자리가 영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파임은 자신과 아지아는 여러 가지 면에서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한다.
그리고 얼마 후, 그토록 파임의 엄마가 바라왔던 영국 런던으로 이민을 가게 된다.
영화 <내겐 너무 어려운 연애>는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 겪게 되는 문제를 비교적 무겁지 않게 그린 작품이다.
파임은 태어난 곳도, 공부한 곳도, 일하는 곳도, 하다못해 여자친구도 이탈리아에 있지만 이탈리아 사람은 아닌, 단지 생긴 것 때문에 가끔 공항 같은 곳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여야 하는 처지다.
뮤지컬 감독 박칼린은 과거 한 방송에서 미국에서 태어나긴 했으나, 어린 시절 내내 부산에서 자라 한국어 밖에 할 줄 몰랐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외모가 서구적이어서 사람들이 영어를 못 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영어를 배웠다고 고백했다.
또 한국인 엄마와 나이지리아 출신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패션모델 한현민 역시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까닭에 한국어 밖에 할 줄 모르지만, 자신의 외모 때문에 해외 패션쇼 무대에 나가면 사람들이 자꾸 영어를 말을 걸어 와 도망다닌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는 진짜로 세계 어느 나라이든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게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과거에나 ‘단일민족’을 강조하면서 혼혈인에 대해 ‘튀기’라며 손가락질을 했지, 이제는 ‘이민자 2세’가 28만 명(2020년 기준)에 달하고, 2019년 한 해 동안 다문화 혼인 건수는 24,721건이나 된다. 이는 2019년 전체 혼인 건수의 10.3%에 달하는 수치다.
이쯤 되면 생김새만 보고 한국인이다, 아니다 논하는 것이 무의미 할 정도다.
영화 <내겐 너무 어려운 연애>는 바로 이 지점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다음 달 4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